파과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구병모 작가님 작품을 힘들어하는 편이라 꼭 찾아서 읽지 않는다. 애써 외면한다고 해야할까? 긴 호흡의 문장들에 숨이 차는데(물론 잘 읽히지만), 너무 잘 쓰셔서 책에 몰입이 잘되기에 마음이 힘들다. 그런데….

이 책에선 작가님의 긴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고 어쩐지 조금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서일까? 읽는 동안에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다. 구병모 작가의 글이 얼마나 좋은지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해야할까?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그녀의 필력을 인정하게 되리라..

책은 주인공 조각의 현재와 과거를 오간다. ‘방역 업체‘에서 일하는 그녀는 이미 그 업체에서는 퇴물이다. 기억력도 체력에서도 그녀가 이 일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누구나 의심할만한 나이.
지독히도 가난한 집에서 6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12살에 당숙의 집으로 보내졌다. 학대나 구박이 없는 그 곳에서 나름 평안한 생활을 하던 중 언니의 결혼을 앞두고 잠시 들뜬 조각의 실수로 그 집에서 나오게 된다.
그렇게 갈 곳을 잃은 조각은 그때 류와 조를 만난다. 처음엔 부엌일을 하며 지냈다. 커다란 짐승같은 미국놈에게 성폭행을 당할뻔한 사건이 있기 전까지. 이후에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 사건은 조용히 지나갔고 그 후부터 류는 조각에게 방역 일을 가르친다. 류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조각은 철저히 방역 업자로 거듭나고 류와 조 그리고 배 속의 아이까지의 묘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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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빰과 귀 사이에 난 작고 귀여운 점을 보고 조각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아이의 팽팽한 빰에 우주의 입자가 퍼져 있다. 한 존재 안에 수려된 시간들, 응축된 언어들이 아이의 몸에서 리듬을 입고 튕겨 나온다. 누가 꼭 그래야 한다고 정한 게 아닌데도, 손주를 가져본 적 없는 노부인이라도 어린 소녀를 보면 자연히 이런 감정이 심장에 고이는 걸까.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이 바다가에 살지 않는 사람뿐인 것처럼. 손 닿지 않는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과 채워지지 않는 감각을 향한 대상화.

- 이 세계에서는 높은 데와 인연 있어서가 아니라, 높으신 분 가는 길에 그의 발톱을 다치게 할 만한 자갈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방역 대상이 되곤 한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도 알지 못하고 하는 살인. 삶을 살아가는데 죽음이 쌓이고 겹처 그전의 새로운 얼굴을 잃은 여자가 몸의 단단함을 서서히 잃어가면서 지금까지 보지못했던 삶을 보게 된다. 첫 시작은 강아지였을까? 아님 단단함이 무너지는 몸 때문인가? 서서히 벌이진는 틈 사이로 수많은 죽음 사이에서 시작된 화살이 그녀를 향해 날아온다. 죽음 앞에 한 번도 삶을 연결하게 고민하지 않았던 그녀에게 일어난 변화는 어떤 결말을 만들까?

+ 파과 (破瓜)
명사
1.여자의 나이 16세를 이르는 말. ‘瓜’ 자를 파자(破字)하면 ‘八’이 두 개로 ‘二八’은 16이 되기 때문이다.
2 남자의 나이 64세를 이르는 말. ‘瓜’ 자를 파자하면 ‘八’이 두 개로 두 개의 ‘八’을 곱하면 64가 되기 때문이다.
3 성교(性交)에 의하여 처녀막이 터짐.

책에선 ->흠집난 과일

+ 시뜻하다
형용사
1 마음이 내키지 않아 시들하다.
2 어떤 일에 물리거나 지루해져서 조금 싫증이 난 기색이 있다.

+ 서어하다 (齟齬하다/鉏鋙하다)
형용사
1 틀어져서 어긋나다.
2 익숙하지 아니하여 서름서름하다.
3 뜻이 맞지 아니하여 조금 서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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