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방문
장일호 지음 / 낮은산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체가 무척 맘에 든다. 문체도 좋고 유머가 있어서 앞부문에 육성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곧 웃을 수가 없었다. 글은 여전히 간결했고, 무겁지 않았지만 작가에게 다가온 슬픔들의 무게가 그려져서 자꾸 감정 이입이 되어, 잠시 숨을 고르게 됐다.
작가가 너무 어릴때 아빠는 출장을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아빠. 두 자녀와 살아가기 위해 애쓴 엄마. 지하방을 탈출하기 위해 일찍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상고를 선택한 작가는 뒤늦게 대학을 나왔고 기자라는 직업을 갖었다. 하지만, 여전히 엄마는 식당일을 하시고, 대학 문턱을 넘지 못한 남동생의 삶은 고단하다. 그 고단한 삶을 벗어나고자 한 방법을 도박으로 선택했기에 더더욱 고단하다.
어린 시절 성폭력 피해자인 작가는 당시 신고하지 않고 조용히 지나간 엄마에 대한 원망. 그 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 일에 대해 후에 엄마에게 원망을 쏟아내는데 엄마도 같은 피해자라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게 된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딸이 또 겪었으니 그 엄마의 심정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결혼을 선택하는 과정. 시댁과 융화되는 과정에서 작가의 힘든 과거사에 자신의 생각을 감추지 않고, 제대로 주장하는 모습이 대견하고 예뻤다.
이젠 슬픔 그만 방문했으면 했지만, 암이란 녀석까지 방문한다. 그 상황에도 작가는 죽음에 대한 생각도 내 기준에 꽤 멋지게 그리며 삶을 충실히 살아내고 있다.

#제로책방 #책리뷰
#책기록 #책추천
#에세이추천

- 읽는 사람은 자유로웠다. 재능 없음을 탓하지 않아도 좋았다. 책장을 펼치면 누적된 지혜가 고스란히 누워 있었다. 행간에 숨기도 하고, 행과 행 사이를 뛰어다니기도 하면서 세상과 몇 번이고 거듭 화해했다. 무언가를 기어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곧 사랑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읽으면 읽을수록 모르겠는 일이 많아지는 게 좋았다. 경합하는 진실을 따라 나는 기꺼이 변하고, 물들고, 이동하고, 옮겨 갔다.

- 나는 때때로 오늘을 잘 살기 위해서 죽음을 생각한다. “우리의 궁극적 목표는 ‘좋은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삶’을 사는 것”이라는 말에 깊이 동의한다. 죽음은 공평하다. 나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필연인 죽음은 늙은 결과가 아니라 살아온 것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 날은 좀 더 씩씩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 어떤 직업을 좋은 일, 필요한 일로 만드는 힘과 책임은 그 직업군에 속한 사람에게도 있다. 내가 하는 일을 뒤에 오는 사람에게 권할 수 있으려면 내가 선 땅이 좋아지도록 부지런히 일궈야 한다. 저 짧은 두 문장을 자신 있게 건네려면 그만큼 스스로를 담금질해야 한다.

+ 다양한 책의 좋은 글들이 책을 풍성하게 한다.

+ <행복한 질문> 상호대차 신청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