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적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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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전에 출간된 정지아의 단편집. 아버지의 해방일지처럼 빨치산과 전라도 사투리가 나오는 작품이 3편이다. 이 3편은 연결된 이야기로 읽혔다.
📌 문학박사 정지아의 집
서울에서의 삶에 제대로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혼자된 어머니를 살핀다는 핑계로 지리산 자락으로 내려온 문학박사. 인근 대학의 강의를 나가며 근근히 살림을 꾸리고 있다. 집에 찾아왔던 시인이 패북에 자신의 텃밭을 올린 덕분에? 신문에서 취재하자는 연락이 온다.

📌 검은방
남부군을 쫓아다녔고, 그 이유로 7년간의 감옥을 살고 나온 그녀가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딸을 낳았다. 그 후로 살아야 할 이유를 찾은 그녀는 바쁘게 살았다. 순식간에 99의 노파가 된 그녀는 그저 늙어 꼬부라진 몸, 세발 걷기 어려운 몸, 뉴스를 봐도 반 이상 뭔 소린지 모르겠는 몸이다. 그저 딸의 차가 있는지 딸의 존재의 여부만 먼 발치에서 살피는 일이 그녀의 삶의 모든 일과다.

📌우리는 어디까지 알까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먹성이 좋은 기태는 일찍 밥을 먹어, 젖이 모자라 굶주리던 주인공은 큰엄마의 젖을 먹고 자랐다. 먹성 좋고 배도 잘 따고, 물괴기도 잘 잡는 기태는 머리가 나빴다. 그런 기태는 아버지에게 늘 타박만 듣는다. 어릴적부터 작은 집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했던 기태는 자신이 힘든 순간 꼭 작은 엄마를 부르며 찾아든다. 전쟁 중 아버지와 동네 청년들이 총살 당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큰아버지는 결국 알콜중독에 시달리다 50이 좀 넘어 죽었다. 그런데 이번엔 기태다. 이른 나이에 위암 수술을 받았지만 도통 술을 끊을 생각이 없다. 이번에도 작은 엄마를 찾는 기태. 내가 서울의 삶에 빠져 집에도 내려오지 않는 내내 기태와 엄마 사이엔 어떤 서사를 쌓은걸까?

📌자본주의의 적
아등바등 살아도 살아남기 어려운 이 시대에 현남은 거의 움직임이 없다. 대학 3학년이 지나도록 과에서 존재조차 알지 못했던 현남과 같이 살게된 나는 이런 현남이 답답하다.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에 적응이 무척이나 어려운 현남은 외출을 하면 많은 시간 휴식을 취해야하는 자폐 성향을 갖고 있다. 그런 현남이 과연 삶을 잘 영위할 수 있을까? 나는 늘 걱정이다.

📌아하 달
본능을 억누를 줄 아는 개. 본능에만 충실한 그런 놈과는 다르다고! 그런데 정말 딱 한 번 실수인데…그런건데..

📌아틀랜타 힙스터
시골에 드립 커피를 파는 ㅍ 카페. 그곳은 서울에서 살다 내려오거나, 원어민들이 모인다. 여성을 수시로 만나는 존이 직설화법을 내뱉는 작가 미경을 데리고 왔다.

📌엄마를 찾는 처연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
퇴근길에 악착같이 달라붙어 우리집에 침입한 고양이. 그날 밤 고양이는 다섯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젖을 좀 먹이는가 싶더니 자신만의 세계로 살라졌다. 새끼 고양이들만 남기고 😢

📌계급의 완성 = 발의 굳은살 여부

📌 존재의 증명
갑자기 기억이 사라졌다.



- 자본주의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동력으로 삼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확대재생산 속에 괴물처럼 팽창하고 있다. 조금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해, 단적으로 더 큰 냉장고와 더 빠른 자동차와 기능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새 휴대전화를 갖기 위해, 사람들은 무한경쟁 속에 자신을 내던진다.자본주의의 오래된 적이었던 사회주의는 새것을 갖기보다 낡은 것이라도 다 같이 나눠 갖자는 주의였다. 그런데 자폐가족은 심상하게 묻는다.
왜 가져야 돼?
(중략)
불행히도 혹은 다행히도 이들에게는 자신들이 자본주의의 적이라는 자각이 없으며 자본주의의 적이 되고 싶어하지도 않는다. 그들의 삶에는 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부재하므로. 아, 단 하나의 싶다,가 존재하긴 하다. 이대로 가만히있고 싶다는 것. 욕망이 부재하므로 자폐가족은 자본주의의 적이지만 욕망이 부재하므로 자본주의의 실질적 위협이 될 수는 없다.

장편만큼 재미있을 수는 없지만(개인적으로 장편을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실린 단편 전체가 인상적이라 추천하고픈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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