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을 만났다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송중기 주연 영화 원작이라길래 호기심 발동. 책이 두껍지 않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다. 결론은 진이 좀 빠진 기분. 얇지만 밀도 있는 작품이다.

한 매거진에서 탈북인 인터뷰를 읽고, 관심을 갖은 방송작가가 3년 전 그의 행적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힘든 사정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극적으로 각색하고 영상화해서 모금을 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윤주라는 아이의 방송을 준비하다가 아이의 힘든 삶에 더 가중한 짐을 더했다는 죄책감에 괴롭다. 그 상황을 직면하지 못하고 ‘L’을 찾아 떠난다.

탈북 중국 연길에서 공안의 눈을 피해 도망자의 삶을 살았다. 하루에 2개의 일을하며 생계를 혼다 담당했던 어머니의 죽음. 그 죽음으로 얻어진 돈으로 유럽으로 간 ‘로’ 독일 공항에서 벨기에로 가라는 브로커의 조언으로 벨기에로 향한 로.

로는 중국을 떠나면서부터 벨기에에서 사는 동안의 이야기를 일기로 남겼고, 그 일기를 갖은 ‘박’을 통해 주인공은 그의 행적을 쫓는다.

로기완은 어디에 있을까?

- 의도와 관계없이 맺어지는 사회적 관계들, 관습 혹은 단순한 호감에 의해 만들어지는 수많은 커뮤니티, 실체도 없이 우리 삶의 테두리를 제한하고 경계짓는 국적이나 호적 같은 것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는 줄 수 있겠지만 그 위로는 영원하지도 않고 진실하지도 않다.

- 재이는 연민이란 자신의 현재를 위로받기 위해 타인의 불행을 대상화하는, 철저하게 자기만족적인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는 것 같았다.

- 감정적 차원의 진실이란 한순간에 급조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추억을 헌납하며 조금씩 만들어가는 공유된 약속일 것이다.

- 어떤 사람에겐 위로도 뜻대로 해줄 수 없다. 그 위로의 순간에 묵묵히 소비되는 자신의 값싼 동정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무엇으로도 치환되지 못한 감정은 이렇게 때때로 단 한번도 조우한 적 없는 타인의 삶에서 재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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