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좀 빼고 삽시다 - 아픔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명진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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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로 글씨를 쓴다는 건 수행과 비슷하다. 감깐 딴 생각에 빠지면 손에 힘이 들어가 글씨가 엉망이 되기 때문이다. 신기한 건 이렇게 까탈스러운 만년필에 손이 길들여지면 긴 글을 쓸 때 그 어느 펜보다 편안하다는 점이다. 힘을 뺀다는 것은 처음에는 힘든 일이지만 그것이 몸에 벳을 때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진다.
255p ~ 2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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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의 연속이다. 우리는 늘 새로운 깨달음을 얻기 위해 번뇌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번뇌에서 해답을 찾아가는 분들의 깨달음의 끝은 우리의 삶의 시작인 어린아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명진스님은 자신의 삶 속에서 경험했던 많은 번뇌 속에서 결국 해답은 우리의 마음 속에 있고, 그 고통을 벗어나는 것 역시 우리의 마음먹기에 달려있음을 이야기한다. 이 깨달음이 다른 이들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삶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다.

가족 안에서 안정을 얻지 못했던 젊은 날의 기억과 혈기왕성하던 수련의 시간을 참 진솔하게도 풀어내셨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자 그 끝은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애정, 내 삶에 대한 열정, 참되고 선한 마음으로 옹골차게 삶을 대하고 살아가는 것.

어찌보면 가장 간단하고 당연한 이야기가 가장 진솔한 삶의 진리이자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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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음 / 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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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살아진다는 건, 무섭기도 하고 고맘기도 한 일. 어쨋든 그런 시간을 보내고 지금은 슬픔도 걷히고, 아쉬움만 조금 남았다. 그러나 젊음이 아무리 좋아 보여도 다시 그 젊었던 때로 돌아가긴 싫듯이, 아쉽다 해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150p. ~ 151p.

 

 

아직도 이 사회는 전통적인 규제와 규율을 강요하고 있다. 이제 점차 사회는 변화했고, 결혼을 한 부부가 아이를 낳고 가족을 꾸리는 것만이 정답인 사회는 지나갔다. 이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늘어가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사회는 비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에 편견이 담긴다. 비혼의 삶이 우울하고 쓸쓸한 노년을 보내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과 편견을 담아 보고있지 않았나.

혼자 산다는 것은 물론 어려움이 많을테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사회적 편견이나 시각을 담지 않고 이 시대에 비혼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었고 느껴온 것들을 가감없이 담아낸다. 기자에서 방송작가로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나이를 먹은 사회인 신소영의 삶을 통해 비혼 여성의 삶을 정말 날것 그대로 그렸다.

사실, 비혼의 삶이라는 프레임을 벗겨내도 우리가 살면서 고민하는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나의 자아를 실현하고, 나의 미래를 책임져야한다는 부담감과 올바른 삶을 영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비슷한 고민을 했던 부분들에 깊은 공감을 했다.

비혼을 꿈꾸고 있지만, 이 책을 통해 결혼하지 않은 중년의 여성으로써 겪어야하는 편견과 불안감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사실 그녀의 고민이 지금의 내가 겪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해서 우울하거나 절망적이지도 않은 평범한 삶.이렇게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기를 작게나마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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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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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이 불편함은 무엇일까. '현남 오빠에게'를 읽으면서는 통쾌한 공감이 주를 이뤘다면 이 책은 묘한 불편함이 느껴져서 나도 내가 생소했다.



왜일까를 한참 고민해봤는데, 도달한 하나의 결론은 바로 미러링에서 오는 이 생소함이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어느샌가 나도모르게 이게 당연한 반응이지 하면서 내가 나를 규정짓고 있었나보다..



아니라고 모른척 해보지만 우리의 삶에서 한번씩은 고민하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외면할수도, 그렇다고 껴안고 언제까지나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도 없는 이 불편한 이야기들.



그동안 우리는 이런 이야기와 이런 시선에 얼마나 갖혀 살았던가, 혹은 얼마나 당연시하며 살았던가.



젠더간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고, 이 갈등의 양상은 급기야 맹목적인 비난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이 갈등의 시작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개개인을 하나의 사람으로 인식해야하는데 성별에 나이에 역할에 가둬버리고 싶어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이 아닐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아직까진 화자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고 싶은 열망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화제에 대한 남성작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함께 연대해주고 고민해 줄 남성작가들은 없는걸까.



불편함을 불편하다고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 하나만 불편하면 되니까, 나만 참으면 되니까. 그렇게 꼭꼭 숨겨왔던 아픔들이 하나씩 열리고 연대하니 힘이 생겨났다. 그 힘이 모여 올곧은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세상을 바꾸길 간절히 바란다.



익숙함에 속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했고, 급격한 변화에 급격히 흔들렸으며, 그 사이에서 벌어진 간극은 서로에게 칼날을 휘두르게 됐다. 전쟁의 역사는 결국 많은 희생을 만들어냈다. 잘못은 바로잡아야한다. 내가 지금 당연히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궁궐이라면 이제는 주체적으로 그 속에서 나와야한다. 그것이 어떤 성별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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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가 돌아왔다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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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뭔가가 어긋났다는 걸, 구린 냄새가 풍긴다는 걸 감지하기까지 말이다.

-265p

전 작 초크맨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시니컬한 문체로 숨기고 있지만 사실 멜로에 강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연민과 사랑, 아픔을 나누면서 갖는 동지애 등을 참 잘 그려내는 작가랄까.



초자연적 현상에서 오는 공포,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공포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갖는 무의식의 악이 얼마나 커다란 영역인가를 늘 생각하게 된다. 그 두려움의 대상이 유독 가까운 존재,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손이 애정을 가졌던 동생이 자신의 실수로 인해 또 다른 존재로 의식하게 되었다는 점이 은근 짠했달까.



여러 인물들의 서사가 한꺼플씩 벗겨지면서 우리는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에 어떤 연관을 갖는지 의문을 품으며 읽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 작은 연을 가지고 서사를 풀어가는 작은 실마리들을 갖고 모이면서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 작가의 놀라운 점은 전문적으로 글을 배운 작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흡입력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능력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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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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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과거의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왜 그럴 수밖에 없는지 상상해보고 그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일입니다. 결과만 놓고 잘잘못을 따지는 일이 아니라 그 속내와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을 헤아리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 139p



E.H 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흐름 속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는 과거의 역사 속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역사는 인간이 만들어낸 시간의 축적이고 사건의 축적이다. 그 안에 쌓인 지혜와 연륜을 통해 우리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간다.



과거의 사건을 통해 우리는 같은 선택을 하거나 또는 그 시대의 실패를 반추해 또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한다. 역사 속의 이야기 역시 사람사는 이야기이다. 선조들의 삶을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그들의 지혜를 본받아 현시대를 살아가는 것이다.





단순히 시험을 위해 배웠던 역사는 한결같이 지루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고, 역사는 왜 이런 이야기를 기록했는지는 이해하지 못한채 그냥 외우기에 급급했다. 다시 그들의 선택과 그에 얽힌 정세를 이해하고 보니 그들의 선택과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고 즐거웠는데, 그 중에서도 두가지 에피소드가 유독 공감이 갔다. 어우동의 에피소드와 우리의 근대사를 이끈 이들의 결핍이 만든 현시대의 아이러니.



여전히 우리는 부당함을 이야기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받고 목소리를 묵살당한다. 그릇된 인식이 만들어낸 역사속 여성의 위치가 그리 오랜 역사가 아니라는 것이 서글프면서도 지금과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역사를 통해 다룰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근대사의 역사를 이끌어 온 세대가 겪는 혼란스러움이 현시대의 갈등을 만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을 함께 이야기한 부분 역시 깊은 공감을 얻었다. 왜 그럴까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 이유를 역사 속에서 찾을 생각은 못했는데.



우리는 역사를 통해 과거를 반추하고 그들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보고 현시대의 삶에 적용하며 살아가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관이 필요하다. 현시대를 살아가면서 제대로 알아야 할 역사에 의미를 다시 되새기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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