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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방문자들 - 테마소설 페미니즘 ㅣ 다산책방 테마소설
장류진 외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7월
평점 :
읽는 내내 이 불편함은 무엇일까. '현남 오빠에게'를 읽으면서는 통쾌한 공감이 주를 이뤘다면 이 책은 묘한 불편함이 느껴져서 나도 내가 생소했다.
왜일까를 한참 고민해봤는데, 도달한 하나의 결론은 바로 미러링에서 오는 이 생소함이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어느샌가 나도모르게 이게 당연한 반응이지 하면서 내가 나를 규정짓고 있었나보다..
아니라고 모른척 해보지만 우리의 삶에서 한번씩은 고민하고 경험했던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외면할수도, 그렇다고 껴안고 언제까지나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도 없는 이 불편한 이야기들.
그동안 우리는 이런 이야기와 이런 시선에 얼마나 갖혀 살았던가, 혹은 얼마나 당연시하며 살았던가.
젠더간의 갈등은 점점 심화되고 있고, 이 갈등의 양상은 급기야 맹목적인 비난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 이 갈등의 시작은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개개인을 하나의 사람으로 인식해야하는데 성별에 나이에 역할에 가둬버리고 싶어하는 데서 오는 괴리감이 아닐까.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아직까진 화자들의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고 싶은 열망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화제에 대한 남성작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함께 연대해주고 고민해 줄 남성작가들은 없는걸까.
불편함을 불편하다고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이야기하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 하나만 불편하면 되니까, 나만 참으면 되니까. 그렇게 꼭꼭 숨겨왔던 아픔들이 하나씩 열리고 연대하니 힘이 생겨났다. 그 힘이 모여 올곧은 소리를 내고, 그 소리가 세상을 바꾸길 간절히 바란다.
익숙함에 속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했고, 급격한 변화에 급격히 흔들렸으며, 그 사이에서 벌어진 간극은 서로에게 칼날을 휘두르게 됐다. 전쟁의 역사는 결국 많은 희생을 만들어냈다. 잘못은 바로잡아야한다. 내가 지금 당연히 생각하는 것들이 누군가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궁궐이라면 이제는 주체적으로 그 속에서 나와야한다. 그것이 어떤 성별이건 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