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때가 있다. 뭔가가 어긋났다는 걸, 구린 냄새가 풍긴다는 걸 감지하기까지 말이다. -265p전 작 초크맨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시니컬한 문체로 숨기고 있지만 사실 멜로에 강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갖는 연민과 사랑, 아픔을 나누면서 갖는 동지애 등을 참 잘 그려내는 작가랄까.초자연적 현상에서 오는 공포,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공포가 가장 무서운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듯 하지만 사실 가장 무서운 것은 사람이고, 사람이 갖는 무의식의 악이 얼마나 커다란 영역인가를 늘 생각하게 된다. 그 두려움의 대상이 유독 가까운 존재, 타인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손이 애정을 가졌던 동생이 자신의 실수로 인해 또 다른 존재로 의식하게 되었다는 점이 은근 짠했달까.여러 인물들의 서사가 한꺼플씩 벗겨지면서 우리는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에 어떤 연관을 갖는지 의문을 품으며 읽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각자 작은 연을 가지고 서사를 풀어가는 작은 실마리들을 갖고 모이면서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무엇보다 이 작가의 놀라운 점은 전문적으로 글을 배운 작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흡입력 높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능력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