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심이 흔히 간과되는 이유는 부끄러움을 느끼는 사람이 자신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사실과 얼마나 부끄러움이 큰지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할 때가 많아서 그렇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가 수치스러운 것이다. 얼마나 약하고 무능하고 모자라고 열등하면 수치심을 느끼겠는가 하는 심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수치심을 일으키는 사건이 객관적으로 ‘사소한‘ 것일수록 수치심이 더욱 커지는 것도 그래서 그렇다. 그래서 수치심을 더 많이 느끼는 사람일수록 폭력이라는 허세의 가면 뒤로 수치심을 숨기려 든다. - P124

자부심의 반대는 겸손이고 겸손은 순결의 필수 조건이므로 죄의식의 윤리에서는 겸손을 가장 높은 미덕의 하나로 꼽는다. 반면에 수치심의 윤리에서는 겸양은 자기 모욕에 맞먹기에 가장 몹쓸 악덕으로 본다. 이런 가치관의 차이로 생겨나는 한 가지 결과는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누르고 겸손을 품는 길의 하나로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하고, 반대로 수치심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자부심을 끌어올리고 자신의 수치심과 열등감을 누그러뜨리는 길의 하나로 사회·경제적으로 우월한 신분에 있는 사람에게 동질감을 느끼려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좀 더 쉬운 말로 표현하면 죄의식의 윤리로 살아가는 사람은 약자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고 수치심의 윤리에 젖은 사람은 강자(‘초인‘을 앞세우면서 예수의 ‘노예 윤리‘에 맞서 ‘주인 윤리‘를 역설한 니체도 수치심의 윤리를 부르짖으면서 후기 저작에서 자신은 그리스도‘라고 밝혔다)에게 동질감을 느끼는 성향이 강하다. - P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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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에서 일탈하는 권력은 정당성을 상실한다. 정당성을 잃은 국가권력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국가주의 국가론이 인민의 안전과 평화를 수립하려는 적극적 목표를 추구한 이론이었던 것과 달리, 자유주의 국가론은 처음부터 국가가 악을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은 소극적 이론이었다. 자유주의 국가론은 국가주의국가론과 대립함으로써 새로운 균형을 만들어내는 안티테제(antithese)였던 것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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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는 자극할 뿐 뒤돌아보지 않았다.
함정임 - 저녁식사가 끝난 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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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봄을 두려워한다. 겨울에는 우울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봄은 우울을 더이상 감출 수 없게 만든다. 자신만이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이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겨울에는 누구나가 갇혀 있지만 봄에는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자들만이 갇혀 있는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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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당신이 어떤 존재인지에 집중하세요. 인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관념을 만들고 거기 집착합니다. 그래서 인간들은 늘 불행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아라는 것을 가지고 있고, 그 자아는 늘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두려워할 뿐 유일한 실재인 현재는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 P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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