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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서울, 삼풍 - 사회적 기억을 위한 삼풍백화점 참사 기록
서울문화재단 기획, 메모리[人]서울프로젝트 기억수집가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4월
평점 :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아 어떤 방식으로 기릴까 하다 앞선 참사는 어떤 모습이었나 살펴보면서 비교해보자는 생각으로 이 책을 골랐다. 1995년의 나는 너무 어렸고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앞으로 사회적 참사에 대해 더 알아보고 제대로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읽기 시작했다.
1995년부터 이 책이 출간된 2016년까지 2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어도 피해자, 유가족, 그리고 구조작업에 참여했거나 기자로서 기록했거나 가해자들을 처벌하기 위한 작업을 했던 사람들은 아직 그날의 참담함을 기억하고 있었다. 먼저 떠나보낸 이들을 잊지 못 했고, 잊어선 안 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살아 남아서 미안하다는 마음과 부끄러움으로 숨죽여 살아가고 있었다. 지인들이나 가족이 된 사람에게조차 말도 못 했거나 참사 이후 지인들과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매년 6월 29일이 되면 서로 말하지 않아도 삼풍백화점 참사 희생자들의 위령비가 있는 양재동 시민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들의 말은 한결같았다. 참사 초기 시스템의 부재,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관료주의, 그리고 주먹구구식으로 처리된 구조작업 및 유해 발굴과 빨리빨리 참사 현장을 정리해버렸던 국가의 책임에 대해.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서 빠르게 삼풍을 지워버린 국가에 대한 그들의 분노를 이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 상처는 21년이라는 시간도 아직 치유하지 못 하고 있다. 시간이 꼭 약은 아닌 것이다.
그리고 2014년에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삼풍의 유가족들은 그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강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당시에 자신들도 겪었던, 세상의 사그라드는 관심과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한다며 손가락질하는 언론과 시민들에게 받은 그 상처를 기억하고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말을 전한다. 참사를 겪은 사람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그 마음을 감히 겪지 못한 이들이 손가락질 할 수 있나.
기억수집가들은 2016년에 이 참사로 인한 상흔의 기억들을 글로 적으면서 ‘대한민국이 20년 퇴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코로나19시대를 겪고 있는 2021년 지금, 대한민국의 방역 시스템에 전세계가 주목했고 또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과연 이 시스템은 사회적 참사에서도 유효할까? 다른 참사가 일어나길 바라는 건 절대 아니고 혹시나, 그리고 언제 일어날 지 모르는 참사에 작동할 시스템이 지금은 존재하는가 물어보고 싶은 것이다.
우선 이 시스템은 앞선 참사들의 이유를 밝혀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적 대형 참사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세월호는 왜 침몰했나. 그리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던 이들은 왜 구조하지 않고 그대로 수장시켜버렸나. 이것에 대해 국가가 대답해야 할 차례다. 촛불 정부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대답해야 한다. 더이상 나중에라는 말로 미루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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