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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존 L. 잉그럼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18년 2월
평점 :

미생물 덕을 톡톡히 본 적이 있다. 피부가려운증으로 연고는 영 바르기 싫고, 마침 알게 된 ‘ 유용한 미생물군 ’ EM을 써 본적이 있다. 중간균을 좋은 균으로 유도하는 원리라고 한다. 내겐 이 점에서 EM이 더욱 좋은 이유이다. 나쁜균을 없애버리는 것이 아닌, 어리버리한 중간균을 착한균으로 변신시킨다는... 가려움증이 바로 호전되었고, 그 이후로 가려움증 뿐만 아닌 주방과 욕실 등 두루 사용중이다.
'미생물에 관한 거의 모든 것'- 이케이북 에는 EM보다도 더욱 신기한 미생물이야기가 가득하다. 내겐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절대 아니었으나(번역이 어색한 부분도 있거니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부터 극한의 조건에서도 살아가는 미생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드는 재미를 맛보았다.
새삼 놀랍고 , 새로이 알게 되어 더욱 놀란 그 몇가지를 소개한다. 남세균(시아노 박테리아). 이 세균이 식물 안으로 들어가 광합성 능력을 물려주게 되었고, 식물계가 생겨났으며, 광합성의 부산물로 지구대기
에 산소가 발생하였다. 이에 남세균은 우리와 다른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먹는 양이 나보다 많은 신랑은 마른체형, 그보다 적게 먹어도 살이 잘도 붙는 나, 늘 불만이었다. 체질이 달라 그런가! 이해되지 않는 억울함이 있었다. 그런데, 뚱뚱한 사람과 마른 사람의 차이의 원인이 미생물? 뚱뚱한 사람들이 마른 사람들보다 특정한 종류의 박테리아(피르미쿠트 Firmicute 종의 박테리아)를 훨씬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종의 박테리아들은 원래 다당류를 분해하고 발효하는 박테리아(박테로이데트 Bacteroidetes 종)에 비해 분해 및 발효 능력이 훨씬 뛰어나므로 같은 음식을 먹어도 뚱뚱한 사람들은 마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흡수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장내 미생물이 특정 다당류를 이용하는 능력이 훨씬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정 박테리아, 피르미쿠트를 없애는 방법은 무엇일까?
요즘 숲공부를 하고 있다. 그 중 '공생'에 관한 수업내용에서 빠질 수 없는 녀석이 있다. 바로 진딧물이다. 개미에게 단물을 주고 무당벌레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진딧물 또한 자신의 세포안 박테리아와 공생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 진딧물 안에 사는 박테리아에게 거처와 수액을 제공하고 미생물은 진딧물 생명유지에 꼭 필요한 단백질을 공급한다. 이 작디 작은 곤충도, 육안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미생물도 자신이 살아남는 법을 안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안다.
바다쓰레기를 먹고 죽은 알바트로스, 분해되지 않는 플라스틱 , 비닐 등이 배 속에 가득했던 사진... 쓰레기 줍는 섬 여행을 떠난 젊은이들의 이야기,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가 섬 주위에 산재하여 있고 그 가운데 플라스틱이 대부분이라는 것에 더욱 놀랐던 기억이 난다. 플라스틱의 가장 큰 문제는 분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미생물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유기화합물만을 양분으로 사용하도록 수백만년 동안 진화했다고 한다. 몇몇 미생물학자들은 오랜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게 진화할거라고 주장한다. 미생물의 저장메카니즘을 활용한 미생물 플라스틱이 시판되고있다고 하나, 석유플라스틱에 비해 생산 비용이 훨씬 비싸다고 하여 보편화되는 것에 시간이 걸릴 듯 싶다. 지구온나화등 기후변화를 생각한다면, 미생물플라스틱의 미래가 멀지만은 않을 것이다.
보이지 않아 관심갖기 쉽지 않은 미생물에 대해 한 층 다가서게 되었다. 때로는 신비롭고, 때로는 무시무시하기도, 때로는 위대해보이기까지... 인류의 동반자, 미생물, 함께 살아남는 전략을 인간이 그들에게 배워야 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