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마 하이라이트 - 뉴욕 현대미술관 컬렉션 350, 2014년 최신개정판
뉴욕현대미술관 엮음, 권영진.김세진.강나은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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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이라기보다는 도록에 가깝다. 책의 판형을 무리하게 줄여서 도판도 작고 글씨도 작다. 심지어 글씨가 흐릿하기까지해서 가독성이 매우 떨어진다. 책의 기본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책이라기보단 저렴한 도록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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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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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기본적으로 <누가> <어떻게>에 무게를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누가 그랬을까? 어떻게 한 것일까? 추리소설을 읽는 독자는 글을 읽는 내내 누구의 소행인지,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숨죽인 채 글을 쫓아간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 여타 추리소설들과 구별되는 점은-그리고 추리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나와 같은 사람도 그의 소설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이와 같은 통속적인 추리소설 방식을 취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추리소설은 <왜>에 초점을 맞춘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범죄를 저질러야 했던 것일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사랑에 대해, 사회문제에 대해,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악惡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독자로 하여금 그가 제기한 문제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그의 소설은 간결한 문체와 치밀한 구성, 면밀한 개연성을 토대로 능수능란하게 전개된다. 그래서 늘 흥미진진-벌써 십여 편에 이르는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고 있잖은가-하고 놀랍고 또다시 읽고 싶어진다.

 

 

그러나 그의 신작인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는 지금껏 출간된 그의 소설 중 가장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마치 자신의 글쓰기 세계를 확립하기 전에 습작한 듯한, 설익은 글을 읽은 기분이랄까. 초기작인 <숙명>이나 초기 단편들을 모은 <범인 없는 살인의 밤>보다 어설프고 억지스럽다. 엉성한 구성, 억지스러운 개연성, 지루한 전개 등. 정말 이 책이 <악의>를 쓰고 <용의자 X의 헌신>을 쓰고 <백야행>을 쓰고 <옛날에 내가 죽은 집>을 쓰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쓴 그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란 말인가?

 

 

물론 이번 작품에서도 여느 작품과 마찬가지로 생각해 볼만한 화두를 던진다. 타고난 재능에 대해, 유전에 대해, 핏줄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을 좇아 성공을 향해 가는 삶이 행복한 것인지,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인지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물음들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그답지 않게 지리멸렬하다. 어째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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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사전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용택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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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가 난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번역의 과정 그리고 풀이의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철학 용어는 헬라어, 프랑스어 그리고 독일어에서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대 서양철학은 그리스에서, 그 이후 중세, 근·현대 모두 서양철학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사유되고 고찰하고 정립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고하고 사고하고 또 사고하여 머릿속에 태산처럼 쌓이고 바다처럼 깊어진 철학 사유를 언어로 즉 글로 풀어내는 작업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풀어내고 쏟아낸 글을-결코 내가 될 수 없는 철저한 타자가 쓴 글을-읽어 이해하는 것 역시 쉬운 과정이 아니다. 게다가 그 글이 번역된 글이라면 더더욱.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현재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철학 용어 대부분은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니시 아마네가 번역했다. (그리고 그렇게 번역된 철학 용어들 중 상당수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 나라가 있었으니…) 그가 번역한 철학 용어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철학 용어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난해하고 생경한, 낯선 언어들이 빚어진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그 뜻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 용어들은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었다.

 

 

<철학 용어 사전>의 저자 오가와 히토시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명료하다. 누구든 철학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철학과 친해질 수 있도록 인도하고자 함이다. 사실 국내외 많은 철학자들이 이해가 쉽고, 접근이 용이한 철학서를 집필하고자 노력해왔다. 개중에는 목적을 달성한 책도 있고, 지나치게 함축적이거나 단순해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된 책도 있고, 목적성을 잃어 조금도 재미있지 않고 조금도 쉽지 않은 책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셈이다. 철학은 여전히 어렵지만.

 

 

존재론은 존재의 의미를 묻는 사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하는 것의 성질을 묻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하이데거는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는 이유는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존재론 中 274-2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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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 (검정색 표지) - 내 안의 광기가 때로는 인생에 도움이 된다
케빈 더튼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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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부 사이코패스 성향은 이른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정신 질환자나 수감자보다는 기업의 고위 관리자들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다시 말해 고위 관리자들은 매력적인 외양, 자기중심성, 뛰어난 설득력, 공감 능력 부재, 독립성, 높은 집중력과 같은 요소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에 정신 질환자와 수감자 집단은 사이코패스의 '반사회적' 성향, 즉 위법 성향, 물리적 공격 성향, 순간적인 충동 등에서 고위 관리자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사회적인 사이코패스와 반사회적인 사이코패스를 결정짓는 것은 단순히 이런저런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가 아닌 사이코패스 성향의 정도, 그리고 이런 성향들이 어떤 식으로 혼합되어 있는지의 여부다. (47-48쪽)

 

 

사회심리학자인 케빈 더튼의 저서 <천재의 두 얼굴, 사이코패스>는 사이코패스에 대해,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내재된 인간에 대해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현재 수감 중인 사이코패스들과 전문분야 그중에서도 특히 성공한 전문가들과 인터뷰하고 이를 사회심리학과 뇌과학을 통해 연구, 분석하여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한 사람들에게서 사이코패스 성향이 나타남음을 밝히고 있다.

 

사이코패스와 외과의와 폭탄해체 전문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는 사이코패스는 살인의 순간 여타의 살인범들과는 다르게 분노도 흥분도 하지 않는다.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며 침착하고 냉정하며 동시에 정확하고 확고하게 살인을 저지른다. 그렇다면 외과의는 어떨까. 뇌에 자리한 거대한 종양을 눈앞에 두고 떨리기는커녕 오히려 정신이 맑아지고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의식의 고취 상태를 경험한다. 폭탄해체 전문가들은 당장 몇 초 후면 터질지도 모를 폭탄 앞에서 오히려 평상시보다 심장박동수가 떨어지고 완전한 몰입의 상태에서 해체해야 할 폭탄에만 집중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높은 자존감과 고도의 집중력, 강인한 정신력, 평정심, 실행력, 자기 확신 등이다.

 

저자는 양심의 가책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반사회적 사이코패스’와 각 전문분야에서도 유달리 뛰어난 전문가들을 ‘사회적 사이코패스’ 혹은 ‘기능적 사이코패스’로 분리하여 설명한다. 이들은 서로 공통점이 있고 또한 차이점이 있다. 서로 교집합을 이루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다른 별개의 집합(무자비한 폭력성, 물리적 공격성, 불성실함 등)을 이루기도 한다. 저자에 따르면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모두 연쇄살인범이나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재된 공통된 사이코패스 성향 곧 뛰어난 설득력, 자존감, 집중력, 정신력, 평정심, 실행력, 자기 확신, 현실 직시, 매력, 냉정함, 열정, 창의성, 초연함 등과 더불어 전문분야에서의 훈련을 통해 의사나 소방관, 폭탄해체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저자가 앞서 당부했듯이 이 연구는 사이코패스를 미화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또한 사회에서 크게 성공한 자들을 사이코패스로 폄하하려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어떤 식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산되느냐, 어떤 부분이 좀 더 발달되고 부각되느냐, 성향들이 어떻게 조합을 이루느냐, 그 정도의 차가 어떠하냐에 따라 연쇄살인범이 될 수도 오히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존재가 될 수도, 혹은 성공한 사회인이 될 수도 있음을 다각도의 연구와 많은 사례들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잡설1

사이코패스 성향을 지닌 사람들(아마도 이 부분에서 말하는 사이코패스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란 위정자들, 정치가들, 기업의 CEO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뜻하는 것이겠지)과 공리주의의 치명적 맹점, 음습한 측면을 연관시키는 부분,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이었다.

 

 

잡설2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고 죽이던 사울과 이후 회심한 사울 즉 바울의 사이코패스 성향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롭고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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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인문학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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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희대 지성의 명언을 따르고 섬기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의 삶에서 자기 자신의 통찰력을 기르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은 ‘앓는’ 것이 될 수 있다.(…)앓는다는 건 단지 고통의 차원이 아니다. 그 앓는 시간을 지나 우리는 자신과 세상을 더 깊고 투명하게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프롤로그 중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단조로운 삶 가운데서 시 한 편을 떠올리거나 철학자의 사유가 생각나는 그런 순간, 간혹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는 평이한 일상 속에서, 소소한 사건 속에서 매 순간 인문학과의 마주침을 이야기한다. 목욕탕에 갔다가, 가요를 듣다가, 영화를 보다가, 소설을 읽다가, 엄마와 함께 잠들다가, 뉴스를 보다가, 시를 읽다가, 추억을 회상하다가, 드라마를 보며 훌쩍이다가 그녀는 인문학과 마주친다. 저자가 뜻하는 인문학이란 희대 지성들의 명언이나 공적을 익히고 섬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녹아 있는 인문학적 사유를 발견하고 해석하고 즐기고 통찰력을 기르는 과정임을 이야기한다. 아주 사적이고 지극히 소소한 일상을 통해서 말이다.

 

 

 

 

 

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진리란 타인과의 진정한 마주침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 했다. 타인과의 마주침은 일어나기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자기 자신의 내면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을 타인에게 적절하게 표현할 줄 알아야 하고, 타인이 내보이는 기호들을 해석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며, 오해의 순간조차 인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마주침이 일어나고, 둘 사이에서 진리가 만들어지고, 그 진리를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11-112쪽)

이 책의 즐거움은 철학자, 심리학자를 비롯한 인문학자들의 저서, 영화, 드라마, 시, 소설, 수필, 가요 등 다채로운 소재들을 만나는 데 있다. 특히나 엠마누엘 레비나스와 알랭 바디우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고, 이들의 사유를 통해 일상에서 조우하는 타자와 그 타자와의 관계에 대한 성찰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인문학이 빛을 발하는 아주 사적인 순간들'이란 이 책의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소소한 일상에서도 인문학은 끊임없이 빛을 발하고 있다. 빛은 길잡이다. 인문학이라는 빛은 삶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좀 더 성숙한 삶으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책 속 활자에 붙들려 있는 학學은 죽은 빛이다. <모든 순간의 인문학>은 소박한 일상 속에서 생생하게 빛을 발하는 살아 있는 인문학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삶을 사유하고 통찰하는 지혜를 담백하고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진실로, 모여서 공허하느니 혼자서 충만한 게 낫다.(…)고독은 관계 맺기에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독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혼자인 시간이 관계를 맺는 데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고독에 침잠해봐야 진정한 환대를 그리워하게 되고, 상대를 진심으로 환대하게 된다. 그러므로 고독도 능력이다.(…)자신을 홀로 둘 줄 알아야만 ‘뭔가’를 이룰 수 있다. (157-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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