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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용어 사전
오가와 히토시 지음, 이용택 옮김 / 미래의창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 용어가 난해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번역의 과정 그리고 풀이의 과정에서 찾아야 한다. 대부분의 철학 용어는 헬라어, 프랑스어 그리고 독일어에서 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대 서양철학은 그리스에서, 그 이후 중세, 근·현대 모두 서양철학은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사유되고 고찰하고 정립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고하고 사고하고 또 사고하여 머릿속에 태산처럼 쌓이고 바다처럼 깊어진 철학 사유를 언어로 즉 글로 풀어내는 작업도 쉽지 않지만, 그렇게 풀어내고 쏟아낸 글을-결코 내가 될 수 없는 철저한 타자가 쓴 글을-읽어 이해하는 것 역시 쉬운 과정이 아니다. 게다가 그 글이 번역된 글이라면 더더욱.
책의 머리말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현재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철학 용어 대부분은 메이지 시대의 사상가 니시 아마네가 번역했다. (그리고 그렇게 번역된 철학 용어들 중 상당수를 그대로 가져다 쓰고 있는 나라가 있었으니…) 그가 번역한 철학 용어는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데 문제는 철학 용어들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난해하고 생경한, 낯선 언어들이 빚어진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그 뜻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철학 용어들은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를 점점 더 어렵게 만들었다.
<철학 용어 사전>의 저자 오가와 히토시가 이 책을 집필한 목적은 명료하다. 누구든 철학 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철학과 친해질 수 있도록 인도하고자 함이다. 사실 국내외 많은 철학자들이 이해가 쉽고, 접근이 용이한 철학서를 집필하고자 노력해왔다. 개중에는 목적을 달성한 책도 있고, 지나치게 함축적이거나 단순해서 본래의 의미가 왜곡된 책도 있고, 목적성을 잃어 조금도 재미있지 않고 조금도 쉽지 않은 책도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느 정도 목적을 이룬 셈이다. 철학은 여전히 어렵지만.
존재론은 존재의 의미를 묻는 사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존재하는 것의 성질을 묻지 않고,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었다.(…)하이데거는 존재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고민했다. 그리고 유한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 존재의 모습을 발견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인간만이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면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게다가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인식하는 이유는 자신의 죽음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존재론 中 274-27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