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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오후 - 피츠제럴드 후기 작품집 (무라카미 하루키 해설 및 후기 수록)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무라카미 하루키 엮음, 서창렬 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평점 :
<어느 작가의 오후>는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F. 스콧 피츠제럴드의 후기 작품집입니다. 제가 너무나 좋아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기획하고 편집, 해설까지 해서 화제가 되고 있지요. 단편 소설 8편과 에세이 5편을 담아 펴냈습니다. 피츠제럴드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애정은 남다른데요 그는 “소설가가 되기 전부터 나는 그의 작품을 사랑하고 부지런히 번역해왔다. 피츠제럴드는 나의 출발점이자 일종의 문학적 영웅이다.“ 라고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 적도 있습니다.
피츠제럴드는 <낙원의 이편>, <위대한 개츠비> 등으로 작가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의 인생은 불운하고 평탄하지 못했습니다. 화려한 삶을 살던 유명 작가였지만 아내 젤다의 신경쇠약으로 인한 입원과 퇴원의 반복, 술에 의존하는 생활로 인해 불행한 삶을 이어가다 44세의 이른 나이에 심장마비로 생을 마쳤습니다. 그는 힘든 시기 동안에도 계속 집필을 이어나갔는데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은 하루키가 언급하였듯 그가 말 그대로 ’자기 몸을 축내며‘ 살았던 암울한 시대에 내놓은 작품들이어서 그의 현실적 고뇌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록된 각각의 작품의 시작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짧은 해설 글이 있고 마지막에는 엮은이의 글도 실려 있습니다. 피츠제럴드에 대한 그의 오랜 애정과 관심을 잘 알 수 있어 작품을 읽는데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줍니다.
그렇게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피츠제럴드는 집필 중이던 <라스트 타이쿤>을 완성하고 다시 큰 성공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작가로서의 큰 부와 성공,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평탄하고 행복한 삶 중에 어느 것이 더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가 생활에 정신적으로 영향을 끼친 작가인 만큼 단단하면서도 들뜨지 않는 피츠제럴드의 작품들을 만나는 것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하루키가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던 피츠제럴드의 세계를 기꺼이 잘 만났습니다.
그 시기에 있었던 일 중에서 마지막으로 생각나는 것은 어느 오후 택시를 타고 연보랏빛과 장밋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고층 빌딩 사이를 지나가던 때의 일이다. 나는 갑자기 마구 울기 시작했다. 원하는 것을 전부 손에 넣었고, 이렇게 행복한 시절이 다시 없으리라는 것을 알았기에 그렇게 서럽게 운 것이다. (p.289)
@influential_book 출판사에게 책을 제공 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