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거 봤어? - TV 속 여자들 다시 보기
이자연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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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보지 않은 지 수 년 째가 되어 책에 언급된 대다수의 프로그램을 모르지만, 잊었던 여성들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그게 극 속의 역할이든, 실제이든. 유독 울컥했던 부분이 많았다. 약간 삐뚤어진 시각으로 세상을 마주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그리고 강해진다. 싸워야 할 대상이 이 세상에 천지거든. 혐오에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지지 않고 꿋꿋이 내 갈 길을 가겠다. 긁어도 스크래치가 남지 않는 이 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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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임승수의 마르크스 자본론 강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시리즈
임승수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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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주어진 환경과 사회구조에 수동적으로 영향받기만 하는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은 ‘실천‘하는 존재입니다. 자유로운 두 손으로 주어진 환경을 개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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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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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액 아르바이트인 리뷰왕좌 유지를 위해 구매와 환불을 반복하다 더 큰 빚더미에 앉게 되는 로라,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여러 알바를 전전하는 로민, 쏟아지는 반품요청으로 운영하던 가구회사의 도산 위기에 놓인 아빠, 꼼꼼하고 야무진 마트 고객에서 어려워진 형편으로 이제는 마트 캐셔로 일하는 엄마. 제목 그대로 알바 패밀리다. 가난의 비탈길에 진입한 가족은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진다. 작가는 갑갑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이야기하는 역설을 보인다. 또한 등장인물의 위치와 방향을 조정하는 것으로 서비스 공급자와 수급자를 오가며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비춰준다. 노동자로 사는 우리가 어딘가에서는 고객이 되고, 고객이던 우리가 어딘가에서는 노동자가 되듯이.

상권을 살리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시장과 국회의원은 기업과 손잡고 시장 상인들의 터전을 무너뜨린다. 이는 미래를 위한 선택을 강조하는 정치가들이 정작 민중의 삶에는 무관심한 현실에 닿아있다. 빈번하게 돌아오는 정치쑈를 조만간 또 봐야한다니 벌써부터 역하다.

자본주의는 갑에 자리하려하는 을들의 전쟁으로 유지된다. 또한 을인줄 알았더니 실은 그마저도 병,정인 현실과 그들이 그토록 염원하는 갑을 뛰어넘는 갓(God)의 영역-그러니까 재벌, 기업, 건물주 등의 카테고리-에는 감히 속할 수도 없고, 오히려 그들의 손 안에서 놀아난다는 현실을 교묘하게 감춘다.

로라와 로민의 시각으로 쓰여진 서사에서 유지되었던 유쾌함은 종국에 로라의 눈물로 승화되며 이윽고 가족이 한 데 모여 이야기하는 불안한 희망으로 되살아난다. 어디에선가 느껴 본 기분. 영화 『기생충』이다. 영화를 보며 느꼈던 불쾌하고 씁쓸한, 서글픈, 우울한, 허망한 그런 기분을 이 책에서도 느꼈다.

우리는 경쟁적 자본주의의 흐름에 따라 알게 모르게 우리의 전쟁을 조장하고 관장하는 계급을 배불린다. 이 소설은 한국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확인하게 하고, 설 자리가 어디인지 가늠하게 한다. 이 서글픈 한국의 자화상을 보고 마냥 희망을 노래하긴 어렵다.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고달픈 삶 앞에 구체적인 실체를 담은 정책과 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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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박스 - 남자다움에 갇힌 남자들
토니 포터 지음, 김영진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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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차별을 설명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직관적인 언어 중 하나인 맨박스. 사회적으로 학습된 맨박스는 성에 대한 편견과 성역할을 강화시킨다. 많은 남자들은 직접 여성을 폭행하거나 성착취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선한 남자‘라고 믿으며, 성차별주의자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의 실체는 그들만의 무언의 합의를 통해 다른 남자들의 행위를 묵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많은 ‘선한 남자‘들은 일상적으로 여성을 품평하고 성적 대상화한다. 그들은 연 15조에 육박하는 성산업에 기여하며, 국산 야동이라는 이름의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을 소비한다. 성범죄 문화의 소비 유무와 관계없이 앞에 나서서 선동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죄의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선한 남자‘ 타이틀을 유지한다.

남성들에게 여성 억압이 만연한 현실을 인지하게 한 뒤 ˝딸이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냐.˝는 작가의 질문은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으나, 이러한 억압 행위자와 당사자간의 불일치는 여성을 보호대상으로 또 한 번 전락시켰다는 점에서 아쉬웠다.

작가는 성차별은 일부 나쁜 놈들의 문제가 아니라 ‘선한 남자‘사이에서 학습되고 계승되어 만들어진 사회적 현상이라고 재차 지적한다. ‘남자는 울면 안돼‘, ‘남자는 튼튼해야 해‘ 따위의 남자다움을 강요하는 맨박스를 벗어나는 것이 성차별주의자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이자 스스로를 되찾는 길이다. 남성들이 여자를 지키고 보호해야겠다는 그 용기로, 자신을 가두고 있는 맨박스를 부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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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실격 쏜살 문고
샬럿 퍼킨스 길먼 지음, 이은숙 옮김 / 민음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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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에 쓰여진 작가 길먼의 생애에 대한 글을 읽어서였을까. 길먼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상황을 투영한 것 같은 내용이 많았다. 특히 『누런 벽지』의 경우 휴식요법이라는 억압으로 고통받은 자신의 경험을 자전적으로 풀어냈다. 작가는 페미니즘 고전 문학답게 여성을 터부시하는 사회와 풍조를 꼬집었는데, 그 방식은 재치와 유머, 기발함이 풍부하다 못해 넘쳐 흘렀다. 이렇게 세련된 글을 약 100년 전에 썼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여성들이 공동체를 만들어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는 『벌들처럼』,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아내의 돈으로 먹고 살면서 아내와 아이들을 구박하다 아내의 각성으로 빈털터리가 된 남자 이야기 『비즐리 부인의 증서』다. 당시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어떻게 이런 내용들을 상상할 수 있었는지, 아마 길먼은 타고난 이야기꾼이 아닐까.

˝여자들끼리도 잘 산다!˝는 여성 간의 연대와 ˝남자는 필요 없다!˝는 결혼선택론, 그리고 맨플하는 남자들을 향한 경고가 10개의 단편을 관통한다. 각각의 단편에서 자주 등장한 잘난척하는 남성들의 실체가 실은 보잘 것 없다는 내용은, 무려 1세기 전의 글인데도 작가가 나랑 동시대를 살고 있나 착각할 만큼 하이퍼리얼리즘이었다. 강속 직구 문체로 읽는 내내 짜릿함과 더불어 묘한 쾌감을 준 책, 제발 안 읽은 페미니스트 없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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