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전염병의 확산은 세계적 재난 상황을 만들었고 자본주의 시스템은 한계를 드러냈다. 셀 수 없이 많은 노동자들은 해고됐고, 자영업자들은 파산했다. 이제는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우파정권 조차 언제부턴가 기본소득 정책을 말하고 있는데 기본소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비 뿐만 아니라, 모두가 안전하고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 주요한 제도로 정착되어야 한다.이 책에서 다섯 명의 전문가는 기본소득을 둘러싼 정책의 필요성, 재원마련, 실효성 등에 대해 말한다. 생존 이상의 가치를 구현해 낼 기본소득은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정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기본소득 시대』를 통해 여러분의 생각도 정립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혹시 나의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면 어떨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내 이름으로 된 통장도, 휴대폰도 만들 수 없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서 병원에 갈 수도 없다. 하루 이틀 산 것도 아니고, 심지어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는 이유로 나라에서는 내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생각만 해도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일상을 포기하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실재한다. 자신의 삶을 저당잡힌 채 존재를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하는 사람들이.책에 등장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은 다양한 이유로 불법체류자가 되었다. 부모를 원망하며 자신의 상황에 순응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어느 아이는 주변의 도움을 통해 국가를 상대로 투쟁하기도 한다. 이주아동 당사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주인권 활동가와 변호사의 목소리를 함께 담아 구체적인 실상과 더불어 관련된 문제를 명확히 볼 수 있었다.1994년 집계 시작 이후 난민 신청은 총 7만 2403건인데, 그중 난민이 인정된 사례는 1119건으로 1.5%에 불과하다. 이 수치는 국제적 기준에서도 한참을 밑돈다. 이 수치를 만든 건 인권 감수성이 부재한 공직자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무관심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버젓이 존재하는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유령이 되어도 괜찮을까? 자신의 일생을 두고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라는 어느 아이의 말이 얹힌 것처럼 좀체 소화되지 않는다.p.34 세상에는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을 겪고 있어서 범주화되기도 어렵고 서서히 지워지는 존재들이 있었다.
며칠 전 인스타 스토리에 책의 어느 부분을 찍어 올렸더니, 무슨 책이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왔는데 바로 이 책이다.정말 오랜만에 책을 읽으며 폭소했다. 글이 이렇게 맛있고 재미있을 수도 있나. <SNL 코리아>, <놀라운 토요일> 방송 작가 일을 하는 분이셔서 그런가 센스가..아무것도 버리지 않은 날이면 무엇도 해치지 않은 하루였구나 하고 뿌듯해 하거나(50쪽), 뭔가를 시도했으니 얻어낸 결과이기에 포기 또한 하나의 성과(106쪽)로 보는 작가의 마음은 본받고 싶을 만큼 따뜻하고 다정하다. 또한 그는 팍팍하고 재미 없는 세상을 촉촉하고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존재로,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딘 세상 모든 초보자들에게 무한한 응원을 보낸다. 작가의 말처럼 아직은 초보 사업가인 나도 언젠가 이후에 만날 사업계에 첫 발을 내딛는 초보들에게 다정한 응원을 건네고 싶다.
일제 치하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 이 소설은 최근 읽었던 『파친코』와의 비교를 불가피하게 했다. 『파친코』가 여성의 입으로 남성들의 언어-불쾌하리만큼 부적절한-를 사용해 남성만의 서사를 말했다면 『밝은 밤』은 4대에 걸친 모계 가족의 여성을 이야기한다.거짓말같지만 지연의 아빠와 외조부, 외증조부 같은 류의 남성들을 실제로도 쉽게 볼 수 있다. 밖에선 세상이 바뀌어야 한다며 정의로운 투사를 자처하지만 집에만 오면 턱 밑에 밥상을 대령해야만 한 술 뜨는 이른바 ‘진보 꼰대 남성‘ 같은 경우를. 게다가 외도를 안 하니까, 욕은 안 하니까, 때리지는 않으니까 등의 온갖 이유를 갖다대며 지금의 배우자가 가정폭력범보다 낫다고 합리화하는 여성의 경우도 흔하다. 기대하고 실망하는 대신 쉬운 쪽인 포기를 해 버리기도 한다.(220쪽) 여성의 눈이 하향패치가 된 것이라고 말하는 내가 나이브한 걸까?‘정상가족‘에서 철저히 배제됐지만 그 범주에 속하기 위해 괜찮은 척 세월을 보내며, 생활고에 짓눌린 젊은 시절 할머니의 어깨는 펴질 줄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오래된 친구 희자를 다시 만날 용기를 가진다. 자신의 어머니가 새비아주머니를 다시 만났던 것 처럼.220쪽 이후 부터는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눈물을 흘렸다. 왜 그랬는지 아직도 정확한 영문을 알 수는 없다. 어쩌면 아파하는 그이들의 마음에 전적으로 동화되어 그랬을지도.
OECD 국가 중 한국의 노인빈곤율과 자살률은 부동의 1위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견고하게 만든 감옥 안에 갇힌 노인들이 있음을 말해준다. 모두가 나이 들지만, 모순적이게도 이미 나이 들어 버린 사람을 향한 사회적 혐오와 차별이 팽배하다. 가족보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손주들과의 괴리감으로 시간이 갈수록 할머니 안의 고독은 눈처럼 소리 없이 쌓이고(51쪽), 동시에 몸이 둔해져 엄청난 집중과 자각 없이는 조용히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불가능(202쪽)해진다. 그래서 노인들에게 나이듦은 살아 있다는 감각과 동시에 이미 너무 늙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66쪽)이자 마음은 펄떡펄떡 뛰는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육신이 따라주지 않는 형벌(67쪽)이 된다.나는 어릴 때 빨리 나이 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어른이 되면 그야말로 어른스러워질 줄 알았다. 하지만 꽤 나이를 먹은 지금 ‘어른이‘로 살고 있다. 이제 할머니가 된 엄마도, 증조할머니가 된 할머니도 겉모습은 나이 든 어른이지만 속은 여전히 꿈꾸는 사람일 수 있다는 걸 왜 여태 몰랐을까.한편 자식이 있는 아주머니가 할머니네 집에 와 있는 동안 아이를 누가 돌보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109쪽) 것이나 세 모녀-할머니, 할머니의 딸, 할머니의 손녀-의 성이 다 다르다(172쪽)는 것은 우리가 현실에서 쉬이 간과하는 사실들을 새삼 짚어주는다. 읽으며 아차, 하고 말았다.6명의 작가가 쓴 이 책에서 여타의 소설이 가진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래서 6편의 이야기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여전히 여성서사는 부족한데, 그 중에 유독 나이 든 여성의 이야기는 턱없이 모자라다. 더 많은 여성 노인 서사를 함께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언젠가 할머니가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