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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타의 일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반전이 없는 것이 반전. 그러나 분명한 건 현재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
작가는 약물 강간과 임신, 임신중절에 따른 고통의 무게를 여성 혼자 감당하는 현실을 폭로한다. 또 살아서는 모든 행동에 제약을 받아 자체적으로 검열하고, 죽어서도 구설수에 오르는 여성의 삶을 언니 수아의 눈과 입을 통해 전한다. 이 책은 여성 서사 스릴러로 읽혔는데 여성의 삶 자체가 호러이자 스릴러이니, 그대로 담았다고 해도 무방하려나.
성경 속 마르타와 마리아의 이야기를 억지스럽게 넣었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평생 자신을 따라다닌 ˝동생이 예뻐서 언니가 샘 나겠다˝라는 가십에도 수아는 경아를 사랑했다는 점이 마르타의 그것과 같기 때문에.
이렇게 세상은 온갖 프레임을 씌워 갈라치기로 여성 간 유대를 약화시킨다. 작가는 누가 분열을 조장하는지 적확히 인지할 때 비로소 갈등과 반목을 뚫고 연대로 나아가는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이 소설이 뻔하게 느껴진다면, 가볍게 읽혔다면, 여성을 둘러싼 폭력에 둔감해졌다는 말 아닐까. 폭력은 익숙해져서도 용인되어서도 안되는 범죄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