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공장식 축산의 잔혹함을 알게 된 후 비거니즘을 실천한 저자 전범선은 페미니스트 애인을 만나며 자신이 비장애인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으로 태어난 사실 자체가 엄청난 권력을 가졌다는 것을 재확인합니다. 그리고 여성주의-채식주의-생태주의-평화주의는 모두 연결되어있고, 연결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사랑이라고 말하는데요. 그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했습니다.저자는 비인간 동물 각각의 이름이 있는데도 이름 명을 사람 셀 때만 사용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그것이 엄연한 종차별임을 꼬집으며(165쪽) 비인간 동물을 언급할 때 마다 ‘마리‘가 아닌 ‘명‘으로 수식합니다. 그러면서 채식주의를 단계별로 분류하고 위계질서를 부여해(145쪽) 채식주의자로 하여금 자기검열과 죄책감을 심어주는 사회적 시선에 우려를 표하는데요. 인간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진정한 비건이기에 완벽한 비건은 없으며, 누가 더 윤리적으로 순결한가를 겨루는 것조차 인간중심적인 허세(148쪽)라고 일침합니다. 1월부터 육식을 하지 않고 있는 저 역시도 완전한 비건이 아닌 페스코 채식주의를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로 죄의식에 괴로웠는데, 그의 말에 위안을 받으며 용기가 생기더라고요.저자는 책에서 비거니즘을 중심으로 문제시되는 여러 담론들을 꺼내옵니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거대 담론일 수도 있을 내용들이지만, 사실은 우리가 지금도 목도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합니다.˝고통이 돈으로 환산되는 과정에서 악의 근원에 대한 사유는 실종된다˝(169쪽)는 그의 말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생활의 편의 속에서 누군가의 고통을 자연스레 망각하며 지내고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