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은 배달하지 않는다 - 라이더가 말하는 한국형 플랫폼 노동
박정훈 지음 / 빨간소금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개념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노동자와 근로자를 혼용해서 사용한 것이 약간 아쉽긴 하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독자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분명한 책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배달업에 종사하는 라이더를 향해 ˝월 300은 족히 넘게 벌면서 세금 안 낸다˝, ˝신호 위반을 너무 많이 한다˝라는 식의 비난을 합니다. 게다가 배달노동을 단순 아르바이트로 치부하거나 못 배운 사람들이라는 원색적이고 천박한 소리까지도 합니다. 당장 유튜브나 라이더 관련 인터넷 뉴스 댓글창만 보더라도 그렇지요. 라이더들이 배달 중 사고가 나서 손가락 인대가 찢어지더라도 탈탈 털고 일어나 다시 배달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고 하는 말이길 바랄 뿐입니다.

거대한 배달 플랫폼 업체는 배달하는 사람을 ‘파트너‘로 부르면서(97쪽) 정작 계약서에는 고용 또는 대리인 관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명시(101쪽)합니다. 또 라이더들의 출퇴근 시간과 휴무를 확인하고, 강제로 배차하는 등 지휘 감독하지만(179쪽) 정작 프리랜서나 개인사업자라 말하며 산재보험도 가입을 막습니다.(182쪽)

배달업은 연간 20조에 육박하는 거대한 산업이 성장했지만 라이더들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갇혀 있습니다. 음식점은 매월 사용료와 배달 건당 수수료를 플랫폼 업체와 배달대행업체에 지불하고, 라이더들은 건당 수수료와 관리비를 제한 금액을 가져갑니다. 이전에 소개해 드렸던 『중간착취의 지옥도』에서 말한 이중 착취가 바로 이것입니다. 우리가 한 번쯤은 들어 본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바로고‘ ‘부릉‘ ‘생각대로‘ 등이 이중 착취의 근원지이자 이른바 사람 장사를 하는 곳이지요. 이를 개선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라이더 당사자들의 노동조합 가입과 의식적 행동이 선행되어야 할 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마련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의지가 아닐까요.

CJ 대한통운 노동조합의 파업이 한 달을 넘겼습니다. 책을 읽으며 파업 노동자들이 제 머릿속을 한순간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게도 한참 전에 주문했지만 도착하지 않은 책과 물품이 많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들의 파업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시민과 소상공인을 볼모로 삼고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악선동하는 찌라시 수준의 언론은 우리의 눈과 귀를 가려 우리가 진짜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습니다. 세상 모든 일은 연쇄작용으로 일어납니다. 택배 기사님들의 파업이 승리로 끝나야, 배달업에 종사하는 많은 분들의 노동조건이 개선될 것이고, 다른 업종과 직종의 노동자들의 삶도 더 나아질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