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속으로 - 언니에게 부치는 편지
원도 지음 / 이후진프레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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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작가의 『아무튼 언니』를 만족스럽게 읽고 난 뒤 구입해 읽었다. 경찰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을 가진 나였기에 미심쩍은 마음으로 읽어내려갔다. 매일 같이 발생하는 사건 속에서 인격적 모욕과 직업인으로서의 모멸감을 동시에 받는 일화들은 나로 하여금 혀를 차게 만들었다. 경찰로서 경험한 비상식적이고 가슴아팠던 일들을 읽으니, 나도 계속해서 경찰과 관련한 경험들이 떠올랐다.

시설보호요청이 들어오면 병력이 투입된다는 것은 알지만, 마치 자본가의 사설 용역과 같은 모습으로 전면에 나서 노동조합과 대치하고 있는 경찰의 모습을 숱하게 봐온 나로서는 경찰에 대한 신뢰가 크지 않다. 그래도 늘 경찰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곱씹으며, 문제를 개인화시키지 않아야한다고 스스로 믿어왔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2015년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 참석했을 때, 사람을 향해 물대포가 무자비하게 난사됐다. 이미 쓰러져 움직임 없는 사람에게 경찰은 계속해서 물대포를 쏴댔고, 그 사람을 병원으로 이송하려하는 앰뷸런스 차량과 의료진에게도 물대포를 쐈다. 그 사람은 故백남기 농민이었다. 나는 백남기 농민이 쓰러지는 모습을 현장에서 목격했다.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정면으로 맞았을 때의 그 고통보다 공권력의 남용과 폭력적인 진압으로 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찰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계속 울 수 밖에 없었다.

내 기억 속 경찰은 일관되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억한다.

체불임금을 받기위해 사장 집에 찾아갔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을 향해 테이저건을 쏜 뒤 뒷수갑까지 채우는 과잉진압을 한 경찰을 기억한다.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소성리 할머니들을 밀치고 표적연행을 한 경찰을 기억한다.
집회 참여와 관련해서 경찰조사를 받았을 때 사건과 관련없는 질문에 항의하는 내게 묻는 말에나 답하라며 윽박을 질러대던 경찰을 기억한다.

순경에게 처한 곤란한 상황에 순식간에 1억이 넘는 돈을 모아 준 일화에서는 약간의 절망과 희망이 교차됐다. 이 사람들 정의가 뭔지 아는구나!

작가가 말한 경찰의 비겁함. 그 비겁함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영화 명량, 이순신 대사 변형- 얼마나 좋을까? 거대한 경찰조직의 한 사람으로 무언가를 바꿔낸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편하고 쉽기때문에 폭력은 언제나 약자에게 향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그것은 비겁함을 용기로 바꿀 불씨가 되지 않을까. 그래 그들은 경찰이기 전에 사람이니까.

나는 기대한다. 간절히 소망한다. 권력의 허수아비가 되지 않는 경찰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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