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은 시의성이 담긴 글로 우리에게 화두를 던지곤 한다. 때론 읽기에 불편하고 힘들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나 신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지 않을 수 없다.황정은은 이 소설을 통해 존재하지만 ‘존재해서는 안되는‘ 자들에게 가해지는 폭력과 그 참담한 실태를 폭로하고 있다. 그 중에는 내가 직접 경험했거나 목격했던 내용들도 있었다. 특정한 시공간이 아닌 어디서나 범람하고 있는 폭력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목표로 함께 나아가던 사람들 속에서도 거대하게 자리한 차별과 편견으로 누군가를 배제한다.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계의 갈급함으로 주위를 둘러 볼 겨를이 없이 살아간다. 아무 것도 생각할 수 없도록 살아왔으니, 그렇게 길러졌으니 마음에 빗장을 치고 ‘아이히만 식의 상투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집회현장 내 성차별, 젠더와 장애인 혐오에 대한 둔감성, 용산참사에서 세월호참사에 이르는 정치적 무관심 등 현대사의 크고 작은 소용돌이 속에 지워진 존재들과 사유의 무능에 갇힌 묵자의 세계인들이 차례로 조명된다. 대부분 자조적이면서도 곳곳에 조소가 묻어나 있지만 말미에는 ‘모두가 돌아갈 무렵엔 우산이 필요하다.‘라는 문장으로 황정은은 이 세상 모든 존재에 위로와 안부를 건넨다.필요한 이들에게 우산을 줄 수 있는, 우산이 없을 땐 함께 비를 맞을 수 있는 용기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