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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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2021년 2월 5일 오늘 나는 캐나다에서 워홀러로서 막바지 시기를 보내고 있어야 한다. 예상치 못한 코로나 19 팬데믹의 여파로 여전히 한국에 머물러 있는 내게 이 책은 사뭇 실재처럼 다가왔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 이후 버닝썬사건, 권력과 위계에 의한 성폭력 범죄 등 크고 작은 여성혐오 범죄가 연일 뉴스 머리를 채울 때, 자꾸만 죽어나가는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을 들을 때 나는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영원한 2등 시민으로, 터무니 없는 최저임금을 받으며, 유급 휴가는 고사하고 법정 휴직도 제대로 못 쓴 채 자본의 노예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니. 나라에 충성을 요구하면서도 동시에 국민을 등한시하는 이 나라의 극악한 이중성을 도무지 견뎌내고 싶지 않았다.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주인공 ‘계나‘가 호주로 이민 간 이유로 ˝한국이 싫어서˝라고 말한 것에 격하게 공감했다.

언제 어디든 배달 서비스가 가능하니, 한국 만큼 좋은 나라 없다고들 한다. 배달 노동자의 노고와 노동력 덕분에 가능한 거다. 신속하고 쾌적한 대중교통 역시 운전 노동자들의 고강도 노동을 요하는 맞교대 근무 덕에 가능한 거다. 이렇게 한국의 시스템은 노동자를 착취해서 작동한다.

계나는 재력, 학력, 체력(외모)이 있어야만 한국에서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본다. 어찌됐든 캐나다행이 불발되고 여전히 한국에 남아 생활하고 있는 내가 한국을 혐오하며 도망치듯 호주로 떠나버린 계나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운동을 배웠다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희망을 본다는 것, 그것이 운동의 출발이다. 이 책을 읽으며 주로 공감을 많이 했지만, 한국에서 기득권으로 살 수 있는 요건 3가지 중 아무 것도 가진 것은 없어도 내게는 운동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 고무적으로 느껴졌다.

사실 아직 캐나다로 출국할 수 있는 기한이 약간 남아있긴 하지만,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창궐하고 있는 이 때에 출국할 길은 요원해보인다. 계나가 지금의 나라면, 그래도 호주로 떠났을까? 난 감염병을 핑계삼아 떠나지 못하는 걸까? 답은 모르겠다. 본래 회피 성향이 아닌데다 불합리한 건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라 계나처럼 휙 떠나는 것이 쉽지 않았을지도. 명확한 건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땅이 한국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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