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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설 연휴- 어릴적에 비하면 너무나도 조용한 차례였다.
남아도는 시간에 보통 먹고 자고 수다떨거나 싸우는것밖에 할것이 없는데, 사실 늘 가서 책을 펴놔도 자꾸만 말을 걸어서 책 읽기 힘들었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여유가 좀 생겼던가, 아니면 이게 쉽게 넘어가지는 책이였던가.
뭐랄까, 내용은 흥미로운 중년의 남자와 수다떠는 느낌인데, 그의 사람들과의 솔찍한 말투에 한번씩 웃음이 나오게 하기도 한다.
남자의 물건이라는 왠지 수상쩍은 제목에 끌렸던 것도 사실이지만, 알고싶은것은 중년 남자의 생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건지 내심 궁금했었기 때문이다.
난 티비랑 그다지 친하지 않아 김정운씨가 어디에서 뭘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의 말투나 행동이 이 책의 내용과 일치하는지 한번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남자의 물건이란 말그대로 가지고 있는 물건을 이야기 하는데, 그 물건의 기억속에 삶의 일부를 저장해놓고 보듬는 역할을하는 것들을 이야기 한다. 김정운씨의 물건은 아버지의 그늘같은 만년필.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갖고있을 로망 같은) 적당한 가격대의 만년필을 매장에서 고르고 자신에게 맞게 길들여진 것들을 보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물론 그에게 만년필은 자신의 어떠한 연결되는 매게체로써 존재한다.
이 외에
김갑수, 신영복, 차범근, 문재인, 안성기 정도 기억난다. 안성기까지 읽고 책을 덮고 다시 내자리로 떠나야 했기 때문.
김갑수의 그라인더는, 물건이 나를 위해 존재한다기 보다(일반적인 생각), 자신이 물건을 모으고 물건에 나를 쏟음으로써 자신을 잊었고(??뭔가 좋은 의미였는데 더 좋은 문장이 생각이 안나네)
신영복은 천천히 정성을 담아 갈 벼루, 그의 오랜 감옥생활에서 편협했던 자신에 대한 통찰을 일으키는 기억들과 연결된 매개체 이고,
차범근의 계란받침대는 힘든 독일에서의 생활에 늘 같이 가족이 모여 아침식사를 할 때 같이했던 그때의 단란함을 기억하는 역할로,
문재인의 바둑판은 마치 바둑처럼 일희일비하지 않는 그의 삶의 철학을 담았고,
안성기의 스케치북은.. 잘 모르겠지만 안성기가 커피같은 사람이라는건 기억난다. 어디에서나 한결같이 행동이 바르고 점잖으며 부정적인 감정과는 멀어보이는...완벽한 인품;이라는 정도.
짧게 후려쳐서 털어놓아서 뭔가 허접해 보이지만, 실제로 읽어보는것이 더 나을 듯 하다. 그의 생각, 그들의 말과 행동에서 삶이 짙게 묻어난다. 길고 긴 삶과 함께한 그것들, 새로운것보다 나의 손때와 상처 함께 존재하는 압축된 시간을 가진 것들.
내겐 매년 속지만 바꿔가며 들고다니는 다이어리가 있다. 언제나 가방 속에 넣어다니지만 열심히 기록하는것 같지는 않다. 요즘 스마트폰의 좋은 어플, 좋은 기능들이 많다보니 업무 이외에 손수 글 쓰는 기회가 줄어든것이 사실이다.
궁금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것도 많고, 가고싶은곳도 많은 하고잡이로 불렸지만 요즘은 좀 시큰둥 해진 듯 하다. 혼자서 보낼 수 있는 내 공간이 생겨서 그런 것일까?ㅎㅎ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