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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평점 :
소년 글을 쓰다.
앞유리의 갈라진 금 사이로 우리 형 오거스트가 보인다. 형은 갈색 벽돌 담장에 앉아 허공에다 오른손 검지를 놀리며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부드러운 흘림체로 새겨 넣는다.
말 하지 않는 형, 오거스트 벨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한 아이다. 주인공 엘리 벨과 형의 베이비 시터 아서 슬림 할리데이는 익명 높은 전설의 탈옥수이다. 엘리는 야무지고 똑똑하다. 새 아빠 라일에게 할 말도 다하고 마약쟁이인 새 아빠가 엄마까지 망가뜨린다고 똑 부러지게 말 할 줄 안다. 두들겨 맞고 해도 사실 엘리는 사람이 그립다. 부모의 따뜻함이 그립다. 부모로서 그들은 보호해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형만이 유일한 엘리의 안식처이다. 형은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엘리를 위해 엘리를 지키기 위해 침묵만 지키게 된다.
그 깊은 침묵같은 우주 속에서 그들만의 신호와 마음을 주고받는다.
어릴 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보니 나쁜 놈일 때
대런은 이미 좋은 사람인 줄 알았던 자기 엄마가 마약계 핵심 멤버라고 듣고 나서 더 나쁜 인간들과 섞여 그들만의 합리화된 삶을 살고 있는 아이이다.
어른들을 믿지 않는 아이로 변한 대런.절대 믿지 말라는 조언을 하며 마약으로 더 큰 부와 행복을 누리게 해주겠다는 당찬 아이이다. 엘리는 다른다. 어른보다 더 어른같은 성숙한 엘리는 좋은사람인가에 평가보다 세세한 일들로 그들을 평가한다. 추억들로. 그들이 내 이름을 부른 회수로.
슬림 할아버지는 어둠이 겹겹이 쌓인 이런 암흑 속에서 눈을 뜨면, 어둠을 다른 것으로 상상했다고 한다. 그저 공간일 뿐이라고.
저 머나먼 공간. 저 깊은 우주.
탈옥수 슬림 할아버지에게도 깊은 어둠을 감춘 우주가 있다. 그 우주를 열어 엘리에게 펼쳐 보여준다. 슬림 할아버지의 우주와 엘리의 우주가 연결되 엘리는 더 깊은 광활한 우주를 만난다. 탈옥의 경험, 감옥에서의 고통, 사람을 공격하는 기술... 엘리의 우주는 더 깊어지고 더 괴로워진다.
엄마와 레일이 마약보스였던 타이너스브로즈가 집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간 그 날부터 형은 조금씩 변화한다. 말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견디기 힘든 침묵에서 이제 그들의 소리가 들린다.
알콜중독인 아빠와 살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둘은 그들만의 우주를 만들고 계획을 꿈꾼다. 아빠가 술에 고약한 악취가 풍기는 토사물 속에서 악몽같은 술주정을 견디는 와중에서 엘리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메세지를 써나갔다. '도움을 받아요, 아빠'
힘든 상황에서도 엘리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나 더 한없이 안타깝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
버크백 교사와의 대화 대런과의 대화에서 엘리의 꿈은 범죄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범죄에 관심이 많니?
범죄보다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한테 관심이 있어요.
어쩌다 범죄자가 됐는지 궁금해서요.
좋은사람이 아니라 나쁜 사람이 되기로 결심한 그 순간이 궁금해요.
하지만 그 궁금함은 사실 슬림 할리데이나 알렉스와 같이 상황이 그들을 나쁘게 만든 상황을 전달하고, 그들도 착하고 좋은 사람임을 입증하기 위한 엘리의 사람에 대한 믿음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엄마를 만나러 교도소로 간 엘리는 엄마를 만나고 나비문신을 할 생각을 한다.
나비 문신을 한 이유는, 그날 내가 고치였고, 수박이라는 번데기 껍질에 갇힌 소년 유충이 었지만, 살아남아 수박들을 깨고 나와서 나비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해야지.
살아갈 이유, 지켜야 할 이유, 단단한 껍질을 깨고 변화하고 엘리의 필사적이고 처절한 경험들은 엘리가 누구보다 용감하게 성숙하게 성장하는 나비를 탄생시키게 된다.
소년은 과거를 삼킨다. 소년은 자기 자신을 삼킨다. 소년은 우주를 삼킨다.
"너희는 모르지. 너희가 알 필요없어"
어른이기에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쉽게 함부로 어른들의 방식으로 그들을 억압하고 재압하려 한다.
너는 그냥 듣고 있어.
아이들은 그 깊은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를 그들의 작은 우주에 밀어 넣고 집어 넣는다. 오히려 아이들은 그 우주에 깊은 침묵 속에 쉽게 그들의 입을 통해 말하기를 조심하고 꺼려한다. 내가 말하는 순간, 모든 일이 다 깨져버린 유리조각처럼 흩어지고 내곁에 있는 누군가를 파멸시켜버릴까봐 두려워서.
본 것, 경험 한 것, 생각한 것들을 검은 우주안에 가두어 버리라 한다.
하지만 엘리는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한 아이였고, 그의 용기와 도전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된다.
너의 마지막은 죽은 솔새
아이들의 생각은 광활한 우주보다 영롱하고 고귀합니다. 우리 주변에도 고통받고 힘들어 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서도 접하는 아이들의 고통이 함께 겹쳐지면서 책을 읽어갔습니다. 그 깊고 거대한 그들의 우주에 한번더 귀 기울여보고 그들의 마음을 비춰보는 작지만 거대한 달 웅덩이 속에 우리의 작은 검지 한 손가락을 담아 함께 대화해야 할 것입니다.
읽는내내 세심한 문체와 긴박한 상황들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읽는 동안 흡입력 있게 읽어가게 됩니다. 적극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