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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장면 ㅣ 소설, 향
김엄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1월
평점 :
기억을 잃었으나 기억을 잃었는지 조차 모르는 인물 ‘R’의 이야기. 기억과 망각 사이 어느 한 곳에 발붙이지 못한 채 ‘R’은 끊임없이 미끄러진다. 작가는 2010년 ‘문학과사회’ 신인상으로 등단한 이래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건히 해왔다. 평면적이고 반복적인 서사로 특유의 작품 세계를 이어온 작가는 본인 특유의 산문체로 건조하고 단조롭게 서술한다. 하지만 그 사이에 예고 없이 튀어나오는 작가의 예리한 현실 감각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프로이드의 의식과 무의식
프로이트가 처음 개념을 소개한 이래 무의식에 대한 연구는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은 이미 많은 지면에서 언급되었기에 설명을 생략한다.
이 무의식을 이야기할 때 곧 잘 등장하는 그림이 있다. 그런데 이 그림이 무의식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조장하고 있어 문제이다. 무의식의 크기는 표현할 수 없는, 제한적이지 않은 영역인 것이다.
인류는 프로이트라는 천재의 도움을 받아 인간의 무의식이라는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로 잠수를 시작했다. 그때 인류가 처음 접했던 것이 성욕, 죄, 억압, 죽음 같은 어둡고 부정적인 것이었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이론을 형성하고 확장하는 데 생애의 대부분을 투자했다. 그는 생애의 가장 창조적인 시기에 심각한 정서문제를 겪었다.
그는 40대 초반에 많은 정신 신체장애를 앓았을 뿐만 아니라 죽음에 대한 심한 공포와 여러 가지 공포증도 있었다.
이 시기 동안 그는 자기 분석이라는 힘든 일을 해내고, 정신분열증에 대한 이론을 만들게 된다.
주인공 R은 정신분열증세인 망각, 환각, 와해된 언어(주제 이탈), 무언어증,심하게 와해된 행동을 보여준다. 이런 R의 상태로 알고 책을 읽어가면 더 쉽게 내용을 볼 수 있다.
R은 8개월 전 미끄러져 5미터 밑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일행은 없었다.
R은 떨어진 그 자리에서 주저앉은 채 맨정신이었다.
R은 뒤틀린 자기 발목과 찢겨 벌어진 피부를 보았다. 이를 악물어 얼굴뼈가 얼얼하다....
R은 누워 해를 정면으로 쳐다보았다.
뜨거운 게 얼굴인지 등인지,발목인지.
해와, 이 바닥에 감사하자, R은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R은 사고로 R과 모르는 R로 정신 분열되는 정신착란에 시달린다. 기억의 조각들.
죽음과의 만남으로 인해
모든것이 시리고, 파랗고, 낯설다.
아내와의 생활도...
감사함은 또 다른 착란이었다.
얼음이 된 호수.
그 안에 죽음이 부르는 차가운 어둠이 느껴진다.
죽었는가
죽지않았는가
가능성.아직 입 속에 침이 돌고 앞니의 안쪽을 차례대로 훑는다.
5라는 숫자에 대한 집착.
5미터 미끄러졌고 사라진 아내를 찾기위해 터미널로 가면서 5번에 전화를 더 건다.
손에 다섯개의 폭죽을 쥐고 걸었다.
아내를 만나 행복하지 않았던 아내와의 추억속차가운 기억이 중첩된다.
뒷통수의 모습, 점이 있던 목덜미..
5라는 숫자는 한손에 가장 완벽한 모습. 안정된 숫자를 의미하는 것 처럼 보인다.
사고로인해서도 더 부정적인 기억으로의
착란증상
아직 계속 겨울 인가
R을 위로해줄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R은 가장 깊은 바닥이라고 생각되는 곳으로 몸을 던진다.
자기의 것이라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가운 호수 안을 바라보는 R이
시리고 더 외롭다.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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