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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여유가 생겨 집에 묵혀두었던 책을 꺼내든다.

무엇을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는지 모른다 여기면서도
비쁜 일상이 갑자기 멈춰지면
서늘한 방점이 찍히는 어느 종이의 지점처럼
멍한 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그토록 여유를 바랬지만
막상 여유를 만났을때 어쩔 줄 모르는 나의 삶.

그리하여 책장 여행을 떠나본다.

지난 겨울
포장만 겨우 벗기고 책장 안에 고이 숨어있던
얇은 책 한권을 꺼내들고는 감탄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한다.

이 아재는 왜 이리도 내 맘을 잘 안단 말인가?

걱정과 불안으로 빈틈없이 메워진
일상의 고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지 않을 일들과 일어나지 않을 것들에 대한 99%의 걱정.

그게 바로 소시민의 생각사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하다.

그래서 이 책을 계기로 불안이라는 마음의 벽을 좀 더 덜어내는 연습을 해보고 싶다

사실 바쁜 와중이나 행동하는 과정에서는
생각이 끼여들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 아니던가

좀 더 실천하자.

좀 더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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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대디 2017-10-02 21: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지 않을 일들과 일어나지 않을 것들에 대한 99%의 걱정”, “막상 여유를 만났을 때 어쩔 줄 모르는 나의 삶”. 저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다른 분들도 매한가지인가 봅니다. 눈길과 공감이 가는 글귀이네요.

복숭 2017-10-02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이 황금연휴에 영화도 즐길줄 모르는 이 아찔한 한심함..그래도 그나마 독서로 이어져서 다행이죠?

빅대디 2017-10-02 21:53   좋아요 1 | URL
오늘 케이블에서 오래된 영화 ‘사랑과 영혼’을 보여주던데, 거기에 나온 대사로 답을 합니다. “디토(동감)” 입니다.

복숭 2017-10-02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멋진 대답이네요^^
 
여행이 나에게 가르쳐준 것들 - 여행 중독자가 기록한 모든 순간의 여행
추스잉 지음, 김락준 옮김 / 책세상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무려 1주전 다녀온 가족 여행은
그간 다녀온 여행들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익숙한 사람들과의 낯선 장소에서는
그렇게도 친숙한 그들에게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때로 새로움에 대한 발견이다.

내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어느 것도 완벽하게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지 않다는 새로움에 대한 발견말이다.

무려 몇 십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임에도
낯설음이 가져다 준 새로움은
우리 모두를 리프레쉬하게 만들었다.

그게 바로 여행의 묘미이다.

이 노란 표지의 아름다운 디자인의 이 책은
글자가 주는 책 속의 여행을 선물한다.

기존의 여행기가 선사하는 여느 경험담과는 다르게
이 책 속에서는 아주 쉬운단어로 인생의 진리를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 중
사람들의 대다수가
인생의 진리를 발견하지 못하는 사소로운 이유들 중 하나는
너무 등잔 밑에 있기 때문인데,

이 책이 바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쉬운 단어로
설파하는 익숙한 진리들은
쇼킹한 맛이 없는 탓에 그냥 스쳐지나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생의 모든 진리는 그냥 저 길가의 가로수와 별반 다르지 않더라

쨍쨍 내리쬐는 햇볕을 따라
육체와 정신이 달려나가는 여행도 좋지만
오늘의 나는 추스잉과 함께 아주 시원한 그늘막에서
진리의 여행을 떠나는 신선놀음에 흠뻑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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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 어느 수집광의 집요한 자기 관찰기
윌리엄 데이비스 킹 지음, 김갑연 옮김 / 책세상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아무것도 아닌 것이 가장 귀중한 것이다.

개개인의 일상은 너무나 다양해서, 그 다양성을 가늠하기 조차 힘들 때가 많다. 오죽이나 그 다양성이 다양하면, 건강 분야에서는 전 세계 60억의 인구를 두고, 그 60억의 치료 방법이 각기 다르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기적의 밥상?'(기억이 왜곡이 있을지도)과 같은 TV 프로그램에서 '버섯을 먹었는데, 병이 나았다'는 말을 흘려보내지 않고 보기도 한다. 왜냐하면 그 버섯은 정말 그 사람에게 적합한 음식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관점을 돌려 보면, 그게 나한테도 적합하리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증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저 프로그램의 아무개의 버섯처럼, 나는 나에게도 적합한 무엇인가를 찾아 끊임없이 탐색한다. 그게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일상의 수집이다.

진시황은 돈과 권력, 여자와 많은 수하들을 거느렸지만 불로 장생을 찾아 일생을 헤매었다. 그 가운데, 인삼이며 홍삼이며, 수은이며 갖가지 방법들을 찾아 자신에게 적합한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찾아 다닌다.

그렇다고 우리가 진시황을 약 덕후라고 폄하하지도 않는다.

저자인 윌리엄이 말하는 수집의 핵심은 여기서 출발하는 것이다.
'나'라는 존재의 가능성을 끊임 없이 회의하는 과정말이다.

다시 돌아가서 진시황은 왜 그토록 불로장생에 집착했을까?
아마도 추측컨대, 지금 누리는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니까 이 만족스러움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간절함은 곧 시간과 생명의 존속과 유지가 있어야만 가능할 것이라는 자기만의 답을 얻었을 것이고, 그 생명의 유지를 위해 자신이 접근 가능한 논리 안에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고 시도했을 것이다.

책 속의 저자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인 윌리엄은 끊임없이 허무했다. 신경정신과 질환을 가진 누나와 그녀를 돌보느라 소진해버린 부모님들, 그리고 항상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가족 분위기. 그들 속에서 저자가 선택할 수 있는건 무엇일까?

그야말로 저자는 안온감을 찾아 헤매이는 것처럼 느껴진다.

누군가가 갖다 버린 쇳조각에는 누군가의 손길과 시간이 투영되어 있고, 
우표의 지난 컬렉션에는 디자이너의 희망과 야심이 들어가 있고,
지난 시즌의 통조림 캔에는 시간의 누적이 보여주는 경향성이 들어가 있다.
저자는 그 속에서 익숙한 감각을 찾고, 그 물건들 속에서 헤엄친다.

미니멀리즘이 물건에 대한 우리의 심리 판도를 좌지우지 하는 가운데도,
막시멀리즘을 멀리하지 못하는 우리는 
왜 그토록 물건에 심리를 투영하고 있는지를 회의해야 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우리는
물건이란 불특정 다수의 대상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존재감을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물건의 수집이라 하더라도
의미 부여의 정도성에는 차이가 있다.

저자는 대학교수인 직업을 가진만큼, 유식하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컬렉션의 의미도 남다르게 부여한다.

통조림 캔에서는 역사적인 광고 트렌드와 소비 심리를 해체하며
쇠붙이 조각에서 타인의 감성과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낸다.
빈 통의 과자 상자와 여느 나라의 조각품에서 세계의 시대사와 나라의 상호맥락성을 탐닉한다.

그래서, 그 의미에 대해 폄하하기 힘들다.
물론 누군가의 눈에는 그렇기 때문에, 한 곳에 모아놓은 쓰레기 집합체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우리의 존재에 대한 정확한 회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도,
우리가 소유한 대상들도,
내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아무 것도 아니라는 어떤 것을 통해
새삼스레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주변을 다시 되새기는 일들을 하라고
아주 조심스레 자신의 일부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우리는 저자의 정리되지 않은 듯한 삶의 일부에서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의 편린들을 꺼내어 볼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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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엘리트 마인드 :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한 가지
스탠 비첨 지음, 차백만 옮김 / 비즈페이퍼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 비 엘리트 마인드가 풍부한 세계에 살다.

서울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응암산 방면으로 가는 지하철 한 켠에
흔들흔들 몸을 실었다.

누구나가
저마다의 사연으로 각기 그 순간을 그곳에서 나눈다.

말을 하거나
누구하나 감정을 교류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앉아 스쳐가는 시간 속에서
스쳐가는 그들을 본다.

그리고 엘리트 마인드는 내 손 한 켠에 들려져 있다.
 
어느 순간
나는 책 속의 스탠과 만난다.

스탠은 마치 흐늘흐늘 축 쳐진 콩나물 같은 우리에게 말했다.
뭐하냐고,
당신은 가능성이 있으니 어서 일어나라고 독려했다.
이건 단지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이니
신념을 뒤엎으라고 말했다.
용기를 내고, 마음을 정제하고, 가능한 것을 먼저 한 뒤에 불가능 한 것까지 도전해보라고 말했따.

좋은 이야기다.
좋은 내용이다.
좋은 단어였다.

읽을 때는 힘이 났고,
읽고 나서도 묘하게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우리가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이 사회 속에서 내가 가진 비 엘리트 마인드는
과연 누가 키워낸 것일까?

말을 타고, 노랑머리를 해도 고 3을 수월하게 보내던 어느 엘리트와
내 눈앞 전철 맞은 편에 앉아 빽빽하게 씌여진 노트에 코를 박을 듯 머리를 짓이기는 두꺼운 안경의 어느 비 엘리트.

그들은 과연 다른 마음을 먹어서 이렇게 된 것일까?
나는 저 두꺼운 안경의 여자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건네야 할까?

가끔은
지지리도 운이 없는 어떤 이들과
깜짝 놀랄만큼 운이 좋은 어떤 이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나와 다름 없이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스쳐가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조우한다.

이 책에는 많은 좋은 이야깃거리들이 숨어있다.

신념이 중요하다.
마음이 행동을 만든다.
진심으로 믿는 것이 진심으로 전달된다.
더 나은 것보다 가장 좋은 것으로 교체하라.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것이 미국의 이야기이며,
백인의 저자가 쓴 이야기라는 것을 우리는 놓치고 있다.

미국은 개척사상으로 일구어진, 
겉으로는 철처하게 평등 구현이 가능한 사회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다르다.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평등할 수 없다는 생각은 든다.

기저가 다른 사회에서 
같은 생각을 품는다고
모두 같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엘리트 마인드를 가지고도
비 엘리트 사회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지친 몸뚱아리를 또 그렇게 짊어지고,
뉘엿뉘엿 지는 해 사이로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간다.

토닥여줄 누군가가 위로에
그 밤을 또 그렇게 보내고
또 다음날도 그리 다르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겠지

그 순간 내 손에 쥔 책보다
저 사람에게 건네 줄 따뜻한 한 잔의 커피가
더 와 닿는 우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더 힘을 내서 나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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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행보를 앞에 두고 와 닿던 이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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