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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ㅣ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는 워낙 유명해서 꼭 한번 읽어보고싶었다. 베네치아의 아름다운 모습의 겉표지를 가진 책은 보통 여행에세이가 그렇듯이 사진과 글이 섞여 한권으로 구성되어있다. 하지만, 다른 여행에세이랑 다른점은 여행을 하면서 느낀 감정들에대해 썼다기보다는 인문학적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었던 여행에세이 중에서는 가장 읽는 시간이 오래걸렸다. 가볍게 읽기보다는 모르고있었던 사건들이나, 유래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어서 인문학서와 여행에세이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될거같다.
책은 이탈리아의 북부지방인 베네치아부터 전원도시 비첸차, 르네상스의 유적들이 많이 있는 페렌체, 마지막 로마까지 각 지역의 특색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있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바람둥이 이미지로 고유명사가 되버린 카사노바가 즐겨먹었던 음식과 나폴레옹이 커피값이 모자라 모자를 맡기고 커피를 마셨다는 커피숍 등 유명인물들의 일화와 다리나 건물들의 역사를 자세하게 설명하며, 탑의 도시라 부르며 협동조합으로 살아가는 볼로냐,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긴다는 말의 스탈당 신드롬의 말이 나온 피렌체, 역사상 최고의 예술가로 칭송받고있는 미켈란젤로와 다빈치의 고향 마을과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의 생가와 피사의 탑과 불과 몇분거리에 있는 '아사의 탑'에는 우골리노와 그의 자식들이 죽어간 비극적인 일화가 담겨있다.
여행을 하면서 보게되면, 역사적 유물과 건물들 그리고 그림들은 그 자체로만 감상할때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역사와 유래를 알고 보면 확실히 다르게 보이는것 같다. 예를들어 로마의 콜로세움을 볼 때, 그냥 유명한 건축물로 콜로세움을 보면, 웅장하고 멋진 건물이구나로 끝날 수 있지만, 황제가 된 베스파시아누스가 로마의 건재함을 알리기위해 잡아온 노예들들을 동원해 거대한 콜로세움을 지었고,그 곳에서는 검투사 경기, 각 종 놀이 공연이 백성들에게 제공되었다. 이유는 정치가 아닌 오락으로 백성들의 관심을 돌리려는 뜻이었다고 하니 그 거대한 콜로세움이 왠지 대단하면서 씁쓸해지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사실, 에세이라기에는 역사적 인물이나 건축용어 등이 조금씩 등장하여 쉽게 넘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지만, 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다른 여행에세이와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그만큼 팬층이 두터운것 같다.
이탈리아에 아직은 가보지않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옆으로 기울어져 있어 유명해진 피사의탑도, 인기있는 건축물 콜로세움도 아니고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있는 '카페 플로리안'이다. 이 곳은 프랑스 계몽사상가 루소, 지금도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 희대의 바람둥이 카사노바 등이 즐겨찾았던 카페이다.
1720년에 문을 열어 지금까지 영업을 하고있는 곳이다. 이탈리아를 가르켜 옛 조상을 잘 둔 덕에 풍요롭게 산다고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런것들을 잘 지켜온 그들에게는 그럴만한 혜택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홍대에 리치몬드라는 오래된 제과점이 체인점 커피숍에 밀려 폐점되는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해졌다. 우리나라가 일제시대, 6.25 등을 거치며 격변의 시대를 살아 온 까닭도 한 몫하겠지만, 옛 것에 대한 가치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