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안녕 - 도시의 힘없는 영혼들에 대한 뜨거운 공감과 위로!
김현진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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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스트 김현진의 최신작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무척 설레였다. 우연히 <그래도 언니는 간다>를 시작으로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썼던 첫 책<네 멋대로 해라> 최근 읽었던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까지 나온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여러권의 그녀의 책을 읽어오면서 시원시원하고, 통통튀는 그녀의 글은 꽤 매력적이었고, 털털한 옆집언니랑 떠는 스스럼 없는 수다같았다.

 

그동안도 어떤 주제를 가지고 그녀만의 문체로 글을 써왔고, 이번에는 주제가 '서울'이었다. 그리고 서울에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을 이야기한다. 88만원세대, 이태백 등 열정과 꿈을 가지고 살아가야할 젊은 세대는 88만원세대, 이태백 등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살아간다.  88만원세대의 뜻은 월평균 88만원을 받는 20대 비정규직이라는 뜻이고 이태백은 심각한 취업난으로 이십대의 절반이 적당한 직장을 얻지 못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런 불안하기만 젊은이들을 대표해서 그녀는 그녀가 바라본 '서울'을 이야기하고있다. 실제로 그녀는 서울에서 가난했기때문에 집을 옮겨야했고, 곧 철거되기 직전의 집에서 살다가 철거가 결정되고 집을 비워주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그녀가 봤던 밝고 희망찬 서울의 이면은 결코 밝고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녀에게 서울은 학교가 끝나고, 긴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와야 했던 집에가는 길에 보는 노숙자들, 부모님이 다단계 사기를 당해서 아는 언니와 함께 살았던 홍대근처 원룸, 그러던 중 홍대의 집값이 올라 왕십리 지하 1층으로 이사가서 장마때마다 집안에 들어온 비를 퍼냈던 일, 살고있던 집이 철거되어 집을 비워줘야했던 일, 남편에게 맞고있던 여자를 말려주던 일, 다니던 회사에서 적은 월급으로 급급히 살아가며 느꼈던 감정들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바라본 서울은 어둡기만 하지는 않다. 술에 취한 친구를 자신들의 신혼집으로 옮기고, 기꺼이 침대를 내어준 선량한 신혼부부와 음주 바이크로 경찰서에 갔을 때 따뜻한 말을 건내주던 지긋한 나이의 경찰관, 술을 마시기 위해 갔던 치킨집에서 치킨만 먹으라고 다독이는 사장님 모두 황폐하기만한 서울에서 같이 살아가던 이웃들이다.

 

그녀를 위로했던것은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의 뜨거운 커피도,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의 양식도 아니다.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하나로 그녀를 위로해주는 사람들이다. 림스치킨과 나주순대국, 투박한 분위기의 술집 16mm까지 그녀에게는 술과 함께 위안이 되어주던 안식처였던 것 같다.

 

괴로움은 커다랗게 다가오지만, 소소한 행복은 그 안에도 있다. 그것으로 버텨내다 보면 희망도 오지않을까. 괴로운 현실을 이야기하지만 희망 또한 버리지않는 저자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과 위안을 준다.

 

 

다 지나쳐가라.

반드시 그칠 날이 올 것이다.

그 희망만이, 내 편이다.

그것만이 내 것이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도 그 희망만은

내 것이다.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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