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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 엎드려 울고 싶을 때마다 내가 파고드는 것들
한수희 지음 / 웅진서가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외로워 슬퍼도 울지않는 캔디처럼 밝게 살아야지가 모토는 아니지만, 자괴감에 허우적거리며 청승맞게 사는 것도 내가 추구하는 삶은 아니다. 하지만, 가끔씩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훅 들어올때가있다. 그렇게 들어온 잽이 의식적으로 방치한 밑바닥의 감정을 크게 건드릴 때, 나는 어김없이 암담해지고 괴로워하곤 한다. 누구나 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낄 이런 아득한 감정들을 토닥여주고 같이 고민해볼 수있는 책을 한권 만났다.
솔직히, 책표지는 좀.... 내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글은 매거진 기자출신이라 그런가 톡톡튀고 잘 읽힌다 재밌게.(개인적으로 나에게는 이게 중요하다.) 제목그대로 이 책에는 많은 리스트들이 있다. 그리고 저자는 자신을 위로해주고 자신의 삶의 지표가 되어줬던 그 리스트들을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총 4챕터로 구성되어있는 책에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 '언제까지나 이 일을 해야 할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고민하는 그 질문에대해 작가는 자신의 흑역사가 있는(?) 경험담과 리스트를 곁들여 조곤조곤 이야기해주고있다. 어줍잖은 꼰대같은 조언도 아니요, 대책없는 낭만을 이야기하는 것도 아니라 더 마음에 와닿았다. 해서 일부러 한번에 읽지않고 아껴서 한 챕터씩 야금야금 읽어나갔다.
그 리스트에는 반갑게도 내가 읽었던 책이나 영화도 있었고,(많지는 않았으나) 보려고 다운받아두었다가 기간을 놓쳐 못봤던 영화도 있었다. 관심이 가는 책들이나 영화는 너무 많아 말해 무엇하나.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카모메의 식당>이 있어서 이 책에 점수를 더 주고싶었다. 저자 이제 20대를 지나 30대 중반에서 자신의 삶에대해 돌아본다. 스물네살에 무작정 떠났던 인도여행이나 3년사귄 남자친구에게 차이고 브리짓 존스의 일기를 읽고 깔깔대고 웃었던 일화들을 읽고있으면 어쩐지 마음이 편해진다. 삶을 조금 더 살아온 30대 중반이 20대에게,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위트있게 건네는 그 말들이 기분좋게 읽혔다.
그러니 20대가 바랄 수 있는 행복이란 결국 '확실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는 불확실한 것들 투성이였기 때문에 계시와도 같은 운명적인 사건이 일어나서 내 인생이 조금이라도 확실해지기를 간절히 바랐다. (p.91)
자신만의 음악과 인생을 만들어 가는 그레타의 발랄하고 상큼한 분투기를 보고 나니 20대는 남들이야 뭐라고 하든 흥얼흥얼 나만의 노래를 불러 볼 시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겠다. 그땐 세상이 내게 요구하는 것들을 만들어 내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대신, 내가 원하는 것들만 실컷 해도 부족할 나이였다. 배짱을 한껏 튕기는 것도 그 나이에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사랑 대신 인생을 선택해도 괜찮을 시기가 그때였다. (p. 223)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싶어서다. 세상에는 당신들만큼이나 외롭고, 자괴감에 종종 빠지고, 혼란스러워하고, 시기와 분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서다. 내가 쓴 글이 최소한 사람들의 힘 빠진 손목을 슬쩍 잡았다 놓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다. 온기는 금세 사라지겠지만, 온기에 대한 기억은 오래 남을 수 있으니까. 수많은 책과 영화들을 보면서 느낀, 지금까지 나를 힘내어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던 그 온기들 말이다. - 에필로그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