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중 그림이 있는 동시
김미혜 지음, 이해경 그림 / 미세기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아이들과 숲에 가는 걸 좋아합니다.
집 근처 야트막한 산에 자주 가곤 가는데
혼자라면 15~20분이면 충분히 오르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면 몇 곱절이 더 걸리곤 해요.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쉬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합니다.
지천에 피어 있는 꽃들 이름을 지어주랴,
새 소리가 대체 어디서 나는 건지 찾아보랴,
아니 떨어진 솔방울, 도토리는 어디서 자꾸 찾아오는 건지...

참다 못해
아이들에게 빨리 가자 재촉을 하기도 하지만
사실 마음은 얼마나 흐뭇한지 모릅니다.
아이들은 자연 속에 있을 때
가장 자유롭고 가장 아이답다고 생각합니다.

<꽃마중>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꽃에 대한
동시 19편이 담겨 있는 동시집이에요.
동시들을 하나 하나 읽어보는데
숲에 있을 때의 아이들을 떠올랐습니다.
작은 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차근히 들여다보고, 말을 걸어 친구가 되는
아이들의 마음이 소복하게 담겨 있는 동시들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림도 참 아름다워요.
‘곱다’ 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섬세한 동양화에
아이들도 저도 홀딱 반하고 말았습니다.

그냥 덮기가 아쉬워서
각자 한 편씩 골라 필사를 해보기로 했어요.
언니가 재미있다고 연달아 몇 편을 따라 쓰니
한글을 모르는 둘째도 따라 씁니다.

<꽃마중>은 한 번 읽고 덮어주기 아까운 책이에요.
곁에 두고 그 계절의 꽃들을 찾아봐야겠어요.
숲에 가기 전에 본다면 더 좋겠죠 :)
.
.
필사 다 마치고 첫째 아이가 말했습니다.
“엄마, 필사 되게 재밌다. 도서관에서 동시집 빌려서 더 써보고 싶어.”

속으로 외쳤습니다.
“오예!”

고맙다, <꽃마중>


*미세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필사와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개정판 #꽃마중 #개정판동시그림책 #미세기개정판 #미세기 #미세기출판사 #필사 #미세기필사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리를 건너면 생각곰곰 15
마르크 마주브스키 지음, 서남희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 이 책 읽고,
건너고 싶은 다리 하나씩 골라보자.”

아이들과 어젯밤 잠자리 독서로
<다리를 건너면>을 읽었습니다.

그런데
아뿔싸

읽어주면서 바로 알았어요.

‘아 잘못 골랐다’

아이들 눈이 자꾸 반짝반짝해지더라고요?
막 할 말이 많아 보이고요.

아니나 다를까,
책을 다 읽자마자 난리가 났어요.

“엄마, 꼭 하나만 골라야 해?”
“두 개 고르게 해줘! 아니 세 개!”
“난 그냥 다 가고 싶은데 이걸 어떻게 골라!”
“못 골라! 못 정해! 아 어떻하지!”


그렇게 시끌벅적한 토의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입니다.

두둥!

저희 집 열 살은
인도에 있는 엄샹 고무나무 다리를 건너고 싶대요.
살아 있는 나무로 만들었다는 이 다리는
해가 갈수록 더 튼튼해진대요.

일곱 살 둘째는
프랑스 미요대교를 건너보고 싶대요.
까마득히 높은 이 다리는 에펠탑보다 높다고 해요.

저는 스페인과 포르투칼 사이에 있는
엘 마르고 다리를 건너보고 싶어요.
스페인에서 폴짝폴짝 몇 걸음만 뛰면 포르투칼
포르투칼에서 팔짝팔짝 몇 걸음만 뛰면 스페인
재밌지 않나요?

아이들 마음 이해합니다.
저도 힘들었어요.
어떻게 하나만 골라요.
(너무했다 엄마야!)

‘다리’하면 딱딱한 콘크리트 덩어리로만 여겨졌는데
이토록 아름다운 다리들이라니...

앞으로 다리가 다르게 보일 거 같아요.

감각적인 그림도 멋지지만
책을 읽고 다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다리는 이어주죠.
도시와 도시를
육지와 섬을
나라와 나라를
대륙과 대륙을
문화와 문화를
그렇게 우리를 이어줍니다.

아이들과 누워서 도란도란
다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날이 오다니.

그림책의 힘을 또 새삼 느낍니다.
별로 궁금하지도 친근하지도 않았던
‘다리’라는 존재가 내 세상에 확 들어오네요.
그리고 그렇게 아이들의 세상이 넓어집니다.
(물론 저도요!)

어쩌면 그림책도 하나의 다리인지도 모르겠어요:)


*책읽는곰에서 보내주신 책 감사히 읽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 보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금 꼭 안아줄 것 - 영원한 이별을 가르쳐야 했던 한 아버지의 이야기
강남구 지음 / 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확신의 F로서 이 책은 조금 자신 없었습니다.
제목만으로도 이미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이 계절 꼭 읽고 싶은 책 중 하나였어요.
.
.
<지금 꼭 안아줄 것>은
이별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이자,
일상의 소중한 것을,
알고 있지만 자꾸만 미루게 되는 그것을
지금 바로 그러잡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누군가의 아내이며, 엄마였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납니다.
딸이자, 며느리이고 언니이기도 했지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습니다.
가볍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목숨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술은 아니었습니다.
‘잘 다녀올게요’ 인사를 건네고
스스로 운전해서 병원에 갈 만큼
몸의 상태도 그리 나쁘지 않았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 집을 떠난 이는 돌아오지 못해요.
가족 모두 짐작조차 못했던 이별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 자체로도
이미 가슴이 미여지지만
마지막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아니 상상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큰 슬픔이 밀려옵니다.

우리에겐 언제나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누구도 자신 있게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요.

뻔한 질문이지만
이 책을 읽고 떠올릴 수밖에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무엇을 할까요?”

책은 넌지시 그 답을 이야기합니다.

당장, 바로, 지금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라고.
꼭 안아주라고.

엄마가 떠난 후 불안해하는 아이를 걱정하며
책 속에서 아빠는 묻습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줘야 할까요?”

상담교수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많이 안아주세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줘야 할 일은
어쩌면 너무나도 작고 사소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그게 아닌 거 같아서,
뭔가 거창한 걸 찾느라
그 작은 것을 자꾸 미루게 되는 건 아닌지요.


사랑은 그렇게 특별한 것도, 준비해야 해낼 수 있는 어려운 숙제도 아니었다. 불안감에 도망치고 싶을 때 곁에 있고, 울고 싶을 때 함께 슬퍼하며, 놀고 싶을 때 즐거움을 나누는 시간을 다른 말로 바꾸면 사랑일 것 같았다. (p.156)

*클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 감사히 읽고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깨닫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의 양육자 - 아이와 함께 사는 삶의 기준을 바꾸다
이승훈 지음 / 트랙원(track1)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제가 좋아하는 어린이가 하나 있습니다.

김소영 작가님의 <어린이라는 세계>에 나온 현성이.
신발끈을 묶느라 고군분투하는 현성이에게
‘어른이 되면 쉬워질 거야’라고 하자
현성이는 이렇게 말하죠.

“그것도 맞는데 지금도 묶을 수 있어요.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현성이를 보며 몇 번이고 다짐했습니다.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주는 어른이 되자.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 몫으로 두자.

그런데 그런 다짐은 까맣게 잊고
저는 어느새 아이의 많은 일을 대신해주고
기다리긴커녕 얼른 하라고 채근하는
마음이 아주 아주 급한 양육자로 살고 있더군요.

오늘 <도시의 양육자>를 읽었어요.
그리고 다시금 현성이를 떠올랐습니다.
아이를 자주적인 아이로 키우고자 했던
과거의 저 자신도요.

_

<도시의 양육자>는
아이를 잘 키우는 법에 대한 책입니다만,
특히 아이와 어른도 바쁘고 빡빡한 생활을 하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을 키우는 법에 대해 말합니다.

어른이 만든 계획대로 배우고 생각하는 데
익숙해진 도시의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을지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제시합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제목의 ‘양육자’가
부모로 국한되어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교육의 주체인 부모, 학생, 선생님을 넘어
아이들이 사회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까지로 확대합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잘 크는 법이 아닌
사회의 시민으로, 세계의 시민으로 잘 크는 법
아이 스스로 양육의 주체가 되어
스스로 잘 돌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책을 읽고 아이를 조금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내보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더 많은 어른들과 만나고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려보도록 기회를 주는 일이,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규격화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보다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아이가 인생이라는 숲을
현명하게 모험하는 탐험가로 자라기 위해
속한 가정과 사회를 긍정하며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기 위해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고마운 책입니다.

아이의 엄마로서의 나뿐 아니라
다정한 이웃, 선배 시민으로서의
나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았습니다.

_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죠.
지혜로운 어른들이 많이 사는 마을을 찾기보다
나부터 현명한 어른이 되어야지, 하는
기특한(!) 결심이 서네요.

<도시의 양육자>를 읽고
여러 지인들에게 이 책의 링크를 보냈습니다.
좋은 책을 읽고 나면 늘 그렇듯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서요 :)


*트랙원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 감사히 읽고
양육자로서 큰 도움 받았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억나요? - 2024 글로벌 혼북상 대상 수상작 작은 곰자리 76
시드니 스미스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나요?>는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로 유명한
시드니 스미스 작가님의 신작이에요.

전작들이 그랬듯
읽고 나면 마음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입니다.
거세진 않지만,
분명 읽기 전과는 다른 마음의 동요이지요.

_
이불 아래로 빼꼼 나온 두 사람의 발 그림.
이사 온 첫날은 대게 잠이 오지 않는 법이지요.
아이와 엄마도 그랬나봐요.
둘은 깜깜한 방에 누워
“기억나니?”로 시작하는 대화를 나눕니다.
.
아빠랑 엄마랑 아이가 함께 갔던 나들이.
자전거를 타고 넘어졌던 일.
폭풍우 치던 날 전기가 나갔던 일.
전에 살던 집을 떠나던 날.
....
평범하지만 참 좋았던 추억을 나누는 두 사람.
.
그런데 어떤 사정일까요?
대화 속 추억엔 늘 엄마, 아빠, 아이 세 사람인데
그림 속엔 엄마와 아이뿐이에요.
밖은 점점 밝아지는데 아이는 여전히 잠을 이루지 못해요.
아이는 해가 떠오르고 나서야
곰 인형을 품에 안고, 엄마에게 쏙 안겨봅니다.

아이는 이날을 어떤 날로 기억하게 될까요?
언젠가 엄마와 이날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누겠죠?
“기억나니?”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아이들과도 자주 하지만
친정엄마를 만나거나
옛날 친구들을 만나면 유독 자주 하게 되요.
“그거 기억나?”로 시작하는 대화.

아이와 <기억나니?>를 책을 읽으면 생각했어요.

기억에 대해 묻는 건,
기억을 확인한다는 의미보다는
같이 오래오래 그날을 기억하자는 뜻인지도 모르겠어요.
우리에게 이런 소중한 날이 있었다는 것,
잊지 말자는 뜻 아닐까요?

평범한 듯한 날들은
시간이라는 옷을 입고 추억이 됩니다.

오늘도 마찬가지겠죠?
오늘 무엇을 하셨나요?
소중했던 사람과 오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