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빙화 카르페디엠 2
중자오정 지음, 김은신 옮김 / 양철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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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1세대 작가 중자오정의 "로빙화"는 진부한 표현이지만, 순수하고 아름답지만, 슬픈 결말을 가진 작품이다.

 

이 작품이 깊은 여운을 남기는건 천재적인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어린나이에 요절하고 마는 소년이 불쌍해서라기 보다는 능력있는 사람이 그 능력으로서 평가받기 보다 주변환경에 의해 평가받는 불합리한 현실때문이었다. 소년의 아버지가 부자였다면, 지역의 유지였다면 소년은 좀 더 일찍 그 능력을 인정받았을지 모른다. 아니, 그의 괴상한 그림을 보고 사람들은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작품이라 요란을 떨어을지 모른다.

 

작은 마을에 임시미술교사로 온 곽운천 선생은 현에서 주최하는 미술대회에 나갈 학생대표를 선발하고, 지도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동안 반에서 그림을 꽤 그린다는 학생들이 제출한 그림들은 아이다움이 없는 형식적인 그림이어서, 곽선생님의 눈에 들어오는 작품이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는 놀라운 작품 하나를 발견한다. 그 작품은 바로 "아명"이란 아이의 작품이었다. 첫눈에 그는 이 아이가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천재아란 사실을 알았지만, 사실 그의 칭찬 이전에 아명의 그림은 괴상한 그림, 뭐가 뭔지 알아볼 수 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아왔다.

 

형식을 파괴한 아명의 그림은 자유분방하고, 아이들만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한 상상력을 맘껏 표현한 작품이었다. 곽선생은 이 아이가 미술대회에 출전하면 이 학교 최초로 1등을 하는 학생이 될 거란 확신이 있었고, 공공연하게 아이의 천재성을 칭찬하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이는 끝내 미술대회에 출전할 수 없었다.

 

아명은 너무나 가난한 집 아이였다. 한 학년에 단 한명만 출전하는 대회에 아명과 같이 경쟁을 하던 임지홍은 알아주는 부자집 외아들에 그의 아버지는 지역실세였다. 처음엔 곽선생에게 모든 권한을 주겠다던 학교가 어느날 방침을 바꿨다. 그리고 곽선생의 의견과는 정반대로 임지홍을 3학년 미술대표로 선발하게 된 것이다.

이 선택은 실세인 임지홍 아버지에게 잘보이려는 선생들의 작품이었다.

이 과정에서 곽선생은 현실이 얼마나 냉혹한지,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은 얼마나 힘없고, 나약한 존재인지, 실망하게 되고, 낙심하게 된다.

 

가장 크게 상처를 받은 사람은 다름아닌 "아명"이었다. 이 대회에 누구보다 열의를 가지고 준비했던 아명은 자신의 탈락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대표로 뽑힌 아이들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돌아온다. 누구보다 아명의 천재성을 믿는 곽선생은 불합리하고, 편파적인 방법이 아닌 제대로 된 방법으로 아명의 천재성을 입증하고 싶었고, 아명에게 꿈을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서 그의 그림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열리는 어린이 미술대전에 보내게 된다. 나라대표에 뽑혀 본선에 오른 아명의 작품은 특상을 수상한다.

 

아명의 작품이 제대로 평가받은 순간 그는 더이상 그림을 그릴 수 없는 불귀의 객이 되고 만다. 간단한 약처방만으로도 살 수 있었던 아이였는데, 금방 일어나겠지 하는 부모의 안일함과, 너무 가난해서 돈이 없어서 선뜻 병원에 가지 못했던 이유로 아명은 죽고 말았다.

 

아이의 장례식은 성대하게 치뤄졌다.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아이는 한 순간 현의 유명인사가 되고, 마을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좀 더 일찍 그 아이의 천재성이 입증되었다면, 그래서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갔다면 아이에게 그런 불행한 일을 없었을 것이다.

 

실상은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땅을 기름지게 만들어 다른 식품들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주는 로빙화가 나쁜 꽃으로 오해받았던것 처럼, 소년 역시 마찬가지는 아니었는지..  어른들의 욕심과 이기심이 어린 천재 소년을 죽음으로 이끈건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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