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아이라 재판소동

네아이라 재판소동
데브라 하멜 지음, 류가미 옮김 / 북북서 / 2008년 2월

 
수많은 영웅들이 등장하고, 흥미롭고 웅장한 내용들이 많아서인지 그동안 아테네를 소재로 한 책들이 참 많이 출간되었다. <네아이라 재판소동>이 기존책들과 다른점이 있다면 고대 아테네생활을 들여다 보는 소재의 독특함이다.

 

그동안 우린 인물중심, 또는 시대순과 전쟁사를 통해서 아테네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생활상을 엿보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시대 고급 창녀 <네아이라>란 여성을 통해서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아테네를 이야기 하고 있다.

 

당시 창녀들은 몇등급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네아이라같은 고급 창녀는 단지 돈을 받고 몸을 파는 것을 넘어서 남성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하고,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있었다.

 

네아이라는 아주 어린 시절 유곽에 팔려 몸을 팔기 시작했다. 사춘기를 지나 창녀로서의 전성기가 끝나자 유곽주인은 그녀를 다른 남자에게 팔아버렸다. 그 후 그녀는 단골손님의 도움으로 자유의 몸이 되었다 그 후 어렵게 생활하던 네아이라는 스테파노란 남자에게 정착했한 뒤 오랜 세월 부부처럼 살았다. 그런데, 그녀나이 쉰 살이 넘어 갑자기 아테네 법정에 고소 당한다. 그 이유는 그녀가 시민법을 어겼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소송이 난무하는 시대였다. 너무 지나친 소송으로 인해 평생 소송만 하다 죽는 사람이 있었고, 원한관계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을 법정에 세우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판결 역시 지금처럼 판사와 변호사가 있었서, 법률에 의한 이성적인 판결이 아니라 배심원들의 결정으로 이루어지기에 자기와 친한사람 또는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 그리고 그때 그때 기분에 따라 엉뚱한 판결이 나오기 일쑤였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를 들춰서 네아이라를 법정에 고소한 아폴로도르스 역시 정적관계인 스테파노에게 심각한 타격을 입히기 위해서 그녀를 법정에 고소했다. 현재 그녀는 창녀가 아니다. 그러나 그녀는 과거 유명한 창녀였다. 창녀시절 그녀의 문란했던 남자관계는 스테파노을 궁지에 몰아넣은데, 참 좋은 건수였다.

 

그뿐만 아니라, 네아이라가 낳은 자식을 스테파노 자식으로 올려, 로마시민으로 만든점, 또 결혼에 한 번 실패한 네아이라의 딸을 왕과 결혼시킴으로써 또 한번 법을 어기고 말았다.

 

이 재판에 패한 사람은 재기가 힘들만큼 심각한 타격을 받게됐기에, 둘은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서로를 헐뜯었다. 이 책에 아쉬움이라면 재판결과가 안나온다는 점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조마조마하는 맘으로 읽다가 결과가 안나오니 참 많이 허탈하다.

 

결과가 나오지 않았으니, 나 혼자 판결을 내려봤다. 이 재판을 시작한 아폴로도르스는 치졸한 사나이다. 정적에게 피해를 주기위해, 여자로서 절대 알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만천하에 들어내니 얼마나 치졸하고 야비한 남자인가? 그러나 그 치졸한 남자의 말에 조금의 과장법이 있다해도 스테파노가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아폴로도르스의 의견쪽으로 기울게된다. 하지만 아폴로도스가 명확한 물증을 들이대지 못하고 있는 점때문에 그의 손을 완벽하게 들어줄 수 는 없다.

 

해서 나는 명확한 증거가 있는 그녀의 딸에 대한 문제만을 들어서 네아이라에게 약간의 벌금형만을 내리려 한다. 그녀의 딸은 왕이 될 수 없는 신분이었고, 그것은 네아이라와 스테파노 두 사람 모두 알고 있었던 사실인데, 이를 어겼기 때문이다.

그 외 문제에 대해서는 판결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 또는 한가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문제이기에 명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않는 한 무죄로 판결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판결을 내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