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베이커리
이연 지음, 이지선 그림 / 소년한길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아이들에게 이 책을 다 읽게 한 후 느낌점이 뭐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지 난 그게 참 궁금하다. 이 책은 아이들 책이다. 그런데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은 오히려 어른들이 읽는게 맞을것 같다라고 느꼈다.

 

상윤이는 엄마 아빠가 이혼 한 후 할머니 손에서 자라고 있다. 그러다 재혼한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이사가게 된다. 아버지와 재혼한 새엄마는 참 독특한 여자다. 오후3시 베이커리란 빵집을 운영하는 새엄마는 상윤이와 은근히 잘 맞는다. 그렇지만, 상윤이에게 난 아직은 너보다 조카들이 더 좋다는 말을 하는 사람이다. 상윤이가 아줌마라 불러도 별로 기분나빠 하지 않고, 상윤이가 엄마가 더 좋다해도 그게 당연하다고 말하는 조금은 특별한 새엄마다.

 

이 책에는 상윤이네 가족을 포함해서 특별한 사연을 담고 있는 두가정이 더 등장한다. 그 중 파격적인 내용의 가족이야기는 동성연애를 하는 할머니들 이야기다. 아이들 책과 동성연애는 참 안맞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동성연애라고 단정지어 말하면 뭐라할 수 도 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두 할머니 이야기는 분명 동성연애다. 그런데, 동성연애라 하면 인상부터 찌푸리고 더럽다고 생각하기 마련인데, 이 책을 읽고는 꼭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란 생각이 들었다. 두 할머니들의 동거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류의 사랑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을 이끌어가는 상윤의 친구 장훈의 가족이야기다. 폭력아빠에게 심한 구타를 당해도 구김살 없이 잘 자란 장훈은 계속되는 아빠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엄마, 동생과 함께 강릉으로 도망치듯 내려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세 가족 중 평범한 가족은 하나도 없다. 어떤 사람들은 혀를 찰 수도 있다.  "가족은 누가 정하는 거에요"란 글처럼, 과연 가족의 정의가 무엇인지.. 그리고 꼭 피를 나눈 사람만이 가족이라 할 수 있는건지.. 조금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세상이 많이 변해서 예전과는 상당히 다른 형태의 가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 기준으로 보면 여기 저기 문제 투성이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정한 그 기준들이 꼭 맞다고 보기도 힘든것이 사실이다.

내가 이 책을 너무 무겁고, 어렵게 받아들인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정말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걸 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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