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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밀리건 - 스물네 개의 인격을 가진 사나이
다니엘 키스 지음, 박현주 옮김 / 황금부엉이 / 2007년 7월
평점 :
한 남자 몸 속에 24개의 인격이 살고 있다. 그들은 모두 나이도 다르고, 외모도 다르며, 성격과 재능도 다르다. 심지어 국적이 다른 경우도 있고, 성별이 다른 경우도 있다. 과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일일까?
인기프로 <서프라이즈>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신기하고 헷갈린다.
법원에서 다중인격장애자로 무죄가 선고된 최초의 인물 <빌리밀리건>을 실화로 극화한 이 책은 놀라움 그 자체이다.
빌리밀리건의 실제 사진을 보면 부드러운 인상에 곱상한 외모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는 3살 꼬마에서부터 26살 선생까지 총 24명의 인격을 가지고 있는 다중인격장애자다. 그가 그토록 많은 인격을 갖게 된 원인은 새아버지로부터 당한 폭행 때문이었다. 그의 새아버지는 어린 빌리를 성폭행하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괴롭혔다. 어린 빌리는 스스로 방어 할 힘이 없었고, 새아버지의 협박이 무서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도 못했다. 현실도피성과 자신을 부정하는 욕구가 강해지다보니 그는 많은 새로운 인물들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아동폭력과 학대가 얼마나 끔찍하고 잔인한 결과을 불러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천진난만하고 똑똑했던 빌리의 인생은 처참할 만큼 심하게 망가지고 말았다.
빌리는 천성이 착하고, 온순하며 재주가 많은 소년이다. 그러나 그의 어린시절은 매우 불행했다. 총 4번의 결혼을 한 엄마 도로시는 엄마로서의 자격이 심각하게 부족한 여인이었고,
빌리가 다중인격장애자가 된데 일부 책임이 있다. 그녀의 세 번째 남편이었던 빌리의 새아버지는 폭력적이고, 저질스런 사람이었다. 그는 여성스런 외모에 겁이 많았던 빌리를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곤 했다. 그는 빌리가 자신의 잘못을 거론했을 때 사실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중인격장애자에 대한 책을 처음 읽어서 그런지, 읽을수록 궁금한 건 빌리를 제외한 23명의 인격들이다. 과연 한 사람이 그렇게 다양한 재주와 능력을 가진 여러 가상의 인물들을 마음 속으로 창조한다고 해도 실제로 그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말로써 표현하고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다중인격장애는 기억상실을 동반한다고 한다.
실제로 24명은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해했고, 이유도 모른채 범법자가 되었다. 빌리가 억울했던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그의 다른 인격이 범죄를 저지르고, 문제를 일으켰는데 다른 사람은 왜 그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었고, 특히 주체 인물인 빌리의 경우엔 오랜 세월 잠들어 있어서 진짜 빌리가 저지른 죄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강도, 강간등 흉악범으로 체포된 빌리의 재판 과정은 순탄치가 않았다.
책을 읽는 나도 이것이 연기인지, 병인지 헷갈릴때가 있었다. 그는 다중인격장애자란 판정으로 인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진짜 빌리 밀리건이 되기 위해, 그는 24명으로 분열된 자아를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꾸준한 치료와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금 당신의 아이을 안아주라는 빌리의 짧은 글은 많은 뜻을 담고 있다. 평범한 인생을 살게 된다면, 아동폭력의 피해자들을 도우며 살고 싶다는 빌리의 소원이 지금쯤은 이뤄졌을까? 또
다른 빌리 밀리건이 생기지 않도록 세상 모든 아이들이 사랑과 관심속에서 자라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