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신개정판 생각나무 ART 7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 좋아하세요?”

그림은 평범한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아니 조금은 어렵게 느껴지는 예술분야이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피카소나 모네 같은 작가 이름을 제외하면 그림에 대한 나의 상식은 전무하다.
그림에 “그”자도 모르던 내가 처음으로 전시회에 간 것은 “피가소” 전시회였다.  그 전시회에 가게 된 이유는, 전혀 피카소 그림 같지 않은 평범한 가족 그림이 몇백억원의 보험에 들어있다는 방송 내용 때문이었다.
왜 그 작품이 몇 백억을 호가하는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림 볼 줄 모르는 나에게 “억”소리 나는 그림 이야기는 그 그림을 직접 보고 싶다는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왠지 어려운 그림, 있는 사람들의 고상한 취미 생활의 하나쯤으로 생각하기 쉬운 그림을 누구나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친근한 미술로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1부 작가 이야기, 2부 작품 이야기, 3부 더 나은 우리 것 이야기, 4부 미술동네 이야기, 5부 감상 이야기, 6부 그리고 겨우 남은 이야기 등 총 6개로 나뉜 내용 중 1부 작가 이야기와 3부 더 나은 우리 것 이야기 그리고 5부 감상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속물스런 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실제로 본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은 몇 점 없다. 그동안 유명한 전시회를 몇 번 갔지만, 전부 이름이 알려진 외국 작가들의 전시회였다. 미술품을 보는 시각에서도 우리것을 한 수 아래로 내려보고, 외국의 유명화가의 작품은 무조건 우러러 본 경향이 있었다.

이런말을 하면 무식하다고 하겠지만, 얼마전 오르세 미술관전에 갔을 때 밀레의 “만종”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 감탄사로 시작과 끝을 맺은 평론가들의 글에 취하고, 작가 이름에 취한 듯 했다. 피카소 전시회때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전시회 자체는 좋았지만,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큰 감동을 받은 듯한 글을 썼고, 행복해했다.

이유는 딱 하나, 유명작가의 작품을 보고 “저게 대체 뭐가 좋다는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무식한 사람”으로 보일까봐서였다. 그동안 다녔던 전시회에서 내 눈을 황홀하게 했던 작품들은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많이 알려진 작가의 작품이 아니었다. 작가들의 이름을 가려논 채 일반인들에게 작품을 전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하다.

내 뇌리에 가장 깊게 박혀 있고, 내가 최고의 작품이라고 느끼는 그림은 윤두서가 그린 “자화상”이다. 어느 일요일날 진품명품을 통해서 그 작품을 보는 순간, 나는 닭살이 돋을만큼 소름이 끼쳤고, 라면 먹던 젓가락을 손에서 떨어뜨렸다.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공중에 떠 있는 듯 했다.
이 책에서도 지적하지만, 우리 그림이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지 우린 잘 모르고 산다.
그리고, 그림을 감상하는 자세 역시,  진정 그림을 보고 감탄하기 보다 작가의 이름을 보고 감탄하는 경향이 많다.

미술의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느낌이 있는 그림, “이 작품으로” 시작하는 큐레이터나 평론가들의 말 많은 설명이 없어도 보는 순간 감동이 있는 그림. 그게 진짜 좋은 그림 훌륭한 그림이 아닐까? 설령 그 작품이 미술계에선 아직 평가받지 못한다해도 말이다.

친구들과 함께 수다 떨 듯 이야기하는 미술 이야기, “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란 제목의 뜻 속에서 나는 “그림 편견없이 보는 만큼 제대로 볼 수 있다” 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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