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짜 영웅 나일심 ㅣ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3
이은재 지음, 박재현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영웅이면 영웅이지, 가짜 영웅이 뭐람?'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제목...
그러나 본문을 펼쳐보면 책 내용 속에 흠뻑 빠져들게 되는 마력을 가진 책이 있었으니
가짜 영웅 나일심
이은재 글 / 박재현 그림
좋은책 어린이

좋은책어린이 고학년문고 3번째 책으로
어린이 책임에도불구하고 읽는 내내 흥미의 연결고리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던 너무도 잘 구성된 내용이었던 듯합니다.
우선 책 표지에 나와 있는 남자 아이와 그 뒤에 드리워진 거대한 검은 그림자는
제목만 보고 의아했던 의혹덩어리를
책 뒷페이지를 덮는 순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일침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답니다.

중학교 졸업이후 자수성가한 아빠 덕에 모든 것을 누렸던 일심이네는 어느 날 갑자기
지인의 사기로 쫄딱 망해 벌레가 우글대는 허름한 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공부든 운동이든 최고의 실력자로 인정받으며 왕자처럼 대접받던 처가가
어느 순간 거리 신세로 바뀌어 버릴 걸 견딜 수 없어 그냥 꿈이길 바라지요.
새 학교로 전학을 가고 모든 상황이 두렵기만한데
생활기록부에 쓰인 독창대회상을 보신 선생님이 노래 실력을 보여 주라 하시고
3교시 음악시간에 부른 일심이의 노래에 반한 장애아 가득이 덕에
불안하기만하던 상황이 뒤바뀝니다.

가득이는 장애아지만 부잣집 아들인 덕에 모든 친구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그런 가득이의 무한한 호의를 받은 일심이는 함께 길을 가다가
우연찮게 가득이를 위기로부터 구한 의인으로 오인되어 학교에서 어린이 명예 보안관이 됩니다.
처음에는 후륭히 보안관 일을 해결하던 일심이의 태도가 점점 어그러지고
부패한 일을 저지르지만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자신의 모든 일을 정당화시키고
나중에는 부잣집 아들 가득이 위치마저 자신의 것인양 착각을 하게되는데....

어려서 읽었던 <왕자와 거지>를 떠올리게 되는 일심이의 마음 속 상황~
늘 모든 일에 당당하고 최고의 자리에 있던 일심이가 하루아침에 몰락을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그것도 아빠나 일심이 잘못이 아닌 누군가의 배신이라니
그 무엇에 대한 화가 마음 속에 폭풍우처럼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리라 예상됩니다.
게다가 6학년 사춘기가 막 시작하려는 그 시기에
감당하기 어려운 주변 환경과 몰락은 아이의 정체성을 흔들만한 막대한 사건이리라
생각됩니다.
일심이에게 영웅긑던 아버지는 알콜중독으로 요양원으로 쏙 빠져나가버리지
우아한 왕비같던 엄마또한 천덕꾸러기 하녀로 변해 김치공장에 나가야하다니
게다가 어린 동생 진심이는 옛날로 돌아가자고 징징대고
새로 전학간 학교 친구들은 무조건적 경계를 하는 상황에
한없는 지원자 가득이는 일심이의 배출구 역할을 합니다.

가득이 덕에 얻은 어린이 보안관 지위는
일심이에게 인기뿐아니라 그 지위를 교묘히 이용하게 역전된 상황을 만드는데....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증상을 앓게 된 일심이의 심리 변화를 참으로 자연스럽게 풀어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새 내 마음이 일심이와 함께 움직이면서 일련의 과정을 거쳐 다시 세상으로 한 발짝 나아가는 일심이를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표현을 최대한 절제하면서 감정을 이끌어 내는 형채와 색감 또한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무채색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도드라지는 감정을 다른 색으로 보여 주고, 도드라지는 색의 변화가 하나의 감정선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성취욕은 강한데 그것을 실현시킬 능력이 없거나 환경이 준비되지 않아서
열등감과 피해의식에 시달리고,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극에 달했을 때
스스로 만들어 낸 허상을 진짜라고 믿으며 그 안에서 안도와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
그 병이 바로 '리플리증후군'입니다.
한마디로 현실도피인 것이죠.
일심이또한 갑작스런 가난과 그에 따른 열등감에서 벗어날 출구를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으로
거짓된 마음을 표출하고 나아가 못된 방법까지 동원해
남들보다 우위에 섰다는 나쁜 마음을 갖게되지요.

일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갖고 있지만
'도덕과 양심'이라는 것이 있기에 나쁜 마음을 절제하며 세상을 바르게 살아가려합니다.
하지만 일심이처럼 갑작스런 상황 변화라면
누구나 그 상황을 부정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자신이 얘기치않은 상황이 또 다른 얘기치않은 상황을 낳고
혼란스런 일심이의 마음은 선과 악의 두 갈래 길에서
잘못된 선택을 하여 배배꼬이게 만드는 상황...
'내가 있어야 할 곳을 가득이가 차지하고 있다'
은연중 자기체면을 걸고 그것을 진실인양 여겨버리는 마음의 병...

시들어가는 일심이의 마음의 병을 누구도 눈치채지못하고
안좋은 상황으로 결과가 나왔을때 비로소 일심이의 아픈 마음을 직시하게 됩니다.
그것이 비단 주위 사람들만의 잘못일까요?
너무도 높았던 자존감을 가졌던 일심이였기에
자기보다 낮은 곳을 인정하지않으려했던 편협한 일심이의 마음도 문제고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아이의 심정변화를 돌보지 못했던 부모님또한 책임이 있고
그런 아이를 학교에서 교육했던 선생님또한 일말의 책임이 있다고
결국 사회 모두가 잘못을 갖고 있었다고 말 할 수 있겠지요.

가짜 영웅으로 떠받들었던 일심이의
마음 속 몰락을 지켜보면서
주변에서 보여줬던 대처는 참 따뜻했다고 봅니다.
'그래, 너는 없는 집 아이여서 마음또한 정의롭지 못했구나~~'
대부분 이런 냉소를 보냈을텐데
역시 삶의 경륜을 가진 선생님은 아이를 감싸주셨고
일심이의 엄마또한 빠르게 마음을 클리닉해주는 병원을 찾아
문제 해결에 나선 점.
그리고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준 가득이와 성빈이의 성원이
빠르게 일심이 마음의 병을 털어버릴 수 있는 성원이였던 것 같네요.

만약 주변에서 일심이에게 등을 돌려버렸다면
아이는 더 꽁꼼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궜을거고
세상 자체를 부인했겠지요?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합니다.
그만큼 사람의 진심을 알아채기가 어렵다는 말인데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마음만 잘 보살피고 따뜻하게 보아준다면
지금 어이없이 일어나는 사회적 문제를 많이 줄일 수 있을거라 봅니다.
일심이는 마음이 아픈 아이였지만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했습니다.
자존감이 높았던 아이라 마음의 병도 쉽게 왔지만 그만큼 극복하는 능력또한 강인한 아이지요.
TV프로중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는 타이틀처럼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고 혼란스런 사회를 아름답게 정화할 힘을 줄 수 있는 동화가
바로 <가짜 영웅 나일심>이 아닌가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