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이모 나랑 놀자 콩깍지 문고 4
박효미 지음, 김정선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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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순간

저 어릴적 생각이 났습니다.

 

친정엄마가 일찍 결혼을 하신 관계로 이모가 결혼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ㅇㅇ 야, 이모 언제 시집갈까?"

"어~ 나 고등학교때."

"왜"

"그때쯤 돼야 내가 돈이 있어 이모 결혼 선물 사줄 것같아."

 

그렇게 꼭꼭 약속한 이모가 저 초등학교 2학년때 결혼을 하더니 이모는 서울, 우리는 전라도 끝에서

1년에 한 번 만나기 어려울 정도로 멀어졌네요.

정많은 이모가 크리스마스때 카드도 보내주고 살갑게 군 것같은데

사촌동생을 낳고 이모 가정사에 바빠 결혼전처럼 저한테 못해준 것같아 은근히 사촌들이 미웠다할까요? ㅎㅎㅎㅎ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은 투정이였지만 <꼬리 이모 나랑 놀자>를 읽고 있자니 어릴적 내 모습이 떠올라 '많은 아이들또한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공감이 갔습니다.

 

은별이는 가장 좋아하는 꼬리 이모랑 많은 추억을 나눴지만 어느날 거짓말처럼 여우씨를 데려와

결혼을 해버립니다. 언제까지 은별이랑 놀아줄것이라 생각했건만 여우씨만 생각하는 꼬리 이모에게

서러움을 느끼며 심통을 부립니다.

"은별이보다 그깟 수프랑 의자가 더 좋아?

꼬리 이모 나랑 놀아 줘."

외치는 은별이에게 꼬리 이모는 슬기로운 대처법을 찾아 내는데~~뭘까요??^^

 

어릴 적 나 위주의 아이들 모습을 대변하는듯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은별이의 행동을 보면서 '얼마나 이모를 좋아했으면.....' 동조를 보이지만

꼬리 이모는 자신의 가족을 꾸려가야할 당연한 권리와 의무가 있기에

은별이의 투정은 약간의 찌뿌린 눈살을 연상시키네요.

 

부드러운 색감의 소소한 일상을 아름답게 그린 파스텐톤의 그림이 아이들의 눈을 피로하지 않게 만들고 은별이가 마치 나인양 아이의 앞뒤 가리지않는 투정이 당연하게 느껴질 듯하네요.

나랑 먼저 알았던 이모인데 언제부터 알았다고 은별이보다 여우씨랑 함께 더 많은 시간을 살아가고

사랑하는지, 아이의 입장이라면 충분히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네요.

나랑 제일 잘 놀아준 이모인데 결혼했다고 이렇게 바뀌면 서운한건 당연지사고 이모부가 미울법도 하죠?

하지만 은별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모였기에 은별이 관심사를 돌려

이모는 쳐다보지도 않고 자기만의 세계로 빠져 노느라 바쁘게 만든 슬기로움에 박수를 보냅니다.

 

그림이 소박한게 너무 예쁜데다 사람을 대신한 여우의 표정이 너무 사랑스럽고 리얼해서

그림책으로 글을 읽는 행복감에 빠졌답니다.

꼬리 이모의 결혼식에 참석한 동물들의 모습에 눈길이 갔는데

털귀마개를 하고 있는 토끼들, 겨울잠을 자다말고 결혼식장에 초대되어 졸리움을 이기지 못하는 곰세마리 가족, 기다란 목에 목도리를 두르고 새끼들을 아기바구니에 업고 나타난 기러기(?),새끼를 안고 있는 늑대 부부, 생쥐가 들어주는 대본을 보고 겨울 후드를 입은채 주례사를 읽고 있는 올빼미의 모습무엇보다 압권은 뒷짐을 지고 나무 위에서 뾰루퉁허니 이모의 결혼식을 내려다보고 있는 은별이의 모습이네요.

크리스마스 즈음 눈이 많이 내렸는데 이 계절과 너무 딱 맞아 떨어지는 여우의 겨울철 결혼식에서

숲 속 동물들의 다양한 모습에 여러 이야기를 엮어 낼 수 있어 아이들과 얘기나누기 좋았고

은별이의 심리 상태 변화를 주의 깊게 읽어 내려갈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친구들과 모여 노는 은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언젠가는 은별이 또한 꼬리 이모의 모습으로 그려질 것같아 또 다른 미래도 그려졌네요.

신나는 그림덕분에 아이들과 많은 얘기를 엮어갈 수 있는 즐겁고 유쾌한 그림책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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