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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유령 ㅣ 푸른사상 소설선 53
이진 지음 / 푸른사상 / 2023년 11월
평점 :
12월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가슴이 알싸한 건?
가슴속 한켠에 자리한 허전함을 채우고 싶어
소설책 한 권 집어 들게 되었습니다.
이진 작가의
소설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이 연상되는 건 저뿐일까요?^^
죽은 소설가의 디지털 장례를 의뢰한 상속인
그리고 그 소설가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의문의 기록
이진 작가님은
광주 태생으로 전남대학교 생물학과 졸업 후
보건직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하셨으나
어린 시절의 꿈을 좇아 소설가가 되셨고
본격적 문학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대학원 진학 후
문학석사, 문학박사 학위 취득.
광주여대 교양학부 교수로 임용되셨고
현재 소설 쓰기에 주력하고 있고
인문학 강의와 문학 연구 활동도 방행하고 계십니다.
소설집으로 『창』『알레그로 마에스토소』
『꽁지를 위한 방법서설』외 다수
책을 접하기 전까지 한 가지 내용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어 가는 줄 알았는데
하나하나 단편작으로 총 9편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흥미로운 내용으로 전개되어
'사고'를 요하는 깊이 있는 글들이었습니다.
사랑, 따스함, 이질감 등등
책 속 9편의 작품들이 '돌봄'이라는 주제를 향해
스토리 전개가 이루어져
각각의 단편소설이 한편인 마냥 같은 느낌을
쏟아냅니다.
그래서 주제를 '돌봄'이라는 한 가지로
끌어낼 수 있었던 듯요.
처음부터 소설을 쓰신 분이셨다면,
또는 쉽게 작가의 길을 걸으신 분이셨다면
'이렇게 깊이 있고 생각의 꼬리를 물게 하는 깊이 있는 단편 글들을 쓰셨을까?'
문뜩 머릿속에 떠오르는 엉뚱한 생각이^^
간절히 원했고 그것을 위해 돌아가는 인고의 시간을
가지셨기에
자신의 꿈을 좇아 더 깊이 있는 소설이
세상 밖으로 뛰쳐나올 수 있는 게 아닌가
글의 깊이 있는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죠.
「코로나 시대의 싱글 라이프」는 엄마의 죽음, 결혼 생활 중 유산과 이혼을 겪었고, 자신을 딛고 승진을 앗아갔던 동료를 도려 배려해 줘야 하는 주인공이 어머니 제삿날 맞닥뜨리게 되는 아버지의 재혼 이야기에 헛헛해지는 감정을 추스르게 되는 스토리.
「도도와 쭈아」는 길고양이 도도를 입양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어떤 먹는 모습을 볼 수 없던 차, 몰래 도도를 쫓아 잠입하여 그의 나머지 식솔들을 챙기는 가장의 상황이 결국엔 돌보미 로봇이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로 서막을 열어
다음 편에 대한 호기심을 발동시킵니다.
그리고 대망의 「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
「소설의 유령을 위한 습작」은 책 제목과
직접 연관성 있기에
좀 더 신중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뭐라 할까요?
'아, 요즘 같은 인터넷 세상에는 이럴 수도 있겠구나'
무릎이 탁 쳐지면서 등골이 서늘한~~~
디지털 장의사 정산은 한 여인으로부터 소설가 범상의 디지털 장례를 의뢰받는다.
범상의 컴퓨터에서 찾고자 하는 파일을 찾아낸 뒤
그 일을 의뢰한 여인은
자신의 목적을 이뤘기에 계약을 끝맺음하게 됩니다.
정산은 여자친구로부터 소설가 범상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디지털 장례를 의뢰한 여인은 막연히 범상의 딸이라 생각했던 자신의 착각을 깨닫게 되지만 이미 늦은~
의뢰인은 범상이 죽고나서 작품을 내고 등단하게 되는데
작가 지망생 시절 그녀를 떨어뜨렸던
범상에 대한 복수극인 것을 알게 되지요.
그러나, 이미 디지털 장례식은 치러졌고
정산 자신조차 공모한 처지로 몰릴 수 있으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결말을 맺네요.
저렇게 누군가에 의해 한 사람의 인생이 철저히
지워질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음모가
세상 어딘가에 도사린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으, 이 서늘함이란.....
사람 볼 줄 아시네.
내 소설이 신춘문예
최종심에 몇 번이나 올랐는지 알아요?
빌어먹을, 그 개자식이 매번
날 떨어트리지만 않았어도……!
두고 봐,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고 말 테야!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여자의 한이 이리도 무서운 것이군요.
그 외에 나머지 작품들은 현대 사회에서
정말 일어나고 있는 일을
살짝 각색하여 사회적 고발을 불러일으키는 글로
이진 작가님의 안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집이었습니다.
독특한 구성은 후반부 작품 해설이 함께 하여
시대적 배경과 제시하고자 하는 지식 정보를 실어주셔서
작품 해석 방향을 인도해 주셨다는 겁니다.
잊지 말자. 소설과 우주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아니, 당신 역시 하나의 우주라는 진실을
문학평론가 방승호
가끔 작가님들로부터 친필 사인이 함께 한
영광스러운 책을 받게 되는데
이번 책 또한 작가님의 손길이 스친 책으로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했던지!
어떤 책은 안 읽혀서 일주일을 넘게 잡고 있다면
이번 이진 작가님의 <소설의 유령>은
너무 재미있어 아껴 읽느라
일주일이 넘게 곁에 가지고 다녔다면 믿으실련지?*^^*
12월의 허전함을 돌봄의 윤리를 품고 있는
<소설의 유령>으로 함께 채워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