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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다! 없다! ㅣ 알쏭달쏭 이분법 세상 1
장성익 지음, 홍자혜 그림 / 분홍고래 / 2015년 8월
평점 :
이분법을 넘어서
처음 책 제목을 보고선 OX 퀴즈 같은 형식으로 아이들에게 재미와 상식을 일러주는 그런 책인 줄로 알았다. 아! 그런데 책을 넘겨보니 이것은 단순한 정보와 유머가 담긴 책이 아니라 나름의 심오함이 담겨 있는 어려운? 책이었다. 책의 초두부터 이 책이 주는 의미, 주제에 관한 다소 강한 어조가 느껴졌다. ‘이분법, 흑백논리를 극복하자’ 책은 이 주제를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었다. “보통 ‘진실’이나 ‘해답’은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두 극단이 아니라, 그 사이 어디쯤에 있습니다. 더구나 오로지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 여럿인 경우도 더러 있지요.“
작은 생물과 산소 같은 잘 보이지 않는 세계는 없는 듯하여도 분명 존재하는 ‘있는’ 세계다. 우리가 알 수 없는 물 속, 땅 속의 세계 역시 보이진 않지만 우리 곁에 있는 세계이며 우리는 이를 인지하고 그 세계가 가지는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 똥, 쓰레기... 하지만 이런 것들에도 분명히 나름의 쓸모와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책속에서나 접해봤을 노예(제도)는 이 세상 어딘가에 실제로 ‘있기’도 하며 우리가 흔히 ‘돈의 노예’라고 말하는 것처럼 변모된 형태로 바로 내가 사는 이곳에 존재하기도 한다.
우리가 없다고 여기기 쉬운 것들 중 대다수는 우리가 그저 잊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눈에 보이는 세계, 돈처럼 당장 필요하고 아주 쓸모 있어 보이는 것들에 정신을 쏟느라 그 외의 것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이야기 한다. ‘그런 건 알거 없어’, ‘쓸데없어’, ‘나는 아니야‘ 보이지 않는, 당장의 가치가 없어 보이는, 나와는 상관없는 것 같은, 그 세계를 애써 외면하느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은 극히 작아졌다. 더 넓은 세계, 더 많은 생각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필히 이런 편견과 한계를 극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