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 - 짜릿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성 저널리스트의 한 달에 한 도시 살기 프로젝트!
마이케 빈네무트 지음, 배명자 옮김 / 북라이프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날 홀연히 떠난 그녀

 

일상에 얽매여 살면서 우리는 얼마만큼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가. 불금과 휴가는 우리에게 내재된 ‘자유’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늘 자유의 결핍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꾸려가고 있고. 그 시간이 쌓여 내 나이의 앞 숫자가 바뀌면서 자유를 인내하는 법을 터득하고 만다. 이 책 <나는 떠났다 그리고 자유를 배웠다>는 자유를 위해 과감하게 내지른? 한 여성 저널리스트의 이야기다.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짐을 꾸려 떠나고 만다. 불금도, 휴가도 아닌데도 말이다.

 

 

퀴즈쇼 우승은 그녀가 떠날 수 있게 만든 결정적 계기처럼 보인다. 50만 유로라는 상금은 그녀가 계획한 것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다. 하지만 왠지 그녀라면 우승 상금이라는 의외의 큰 수확이 아니더라도 어디론가 훌쩍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승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했거나 예상보다 일찍 탈락했어도 ‘그 빌어먹을 퀴즈쇼에 괜히 나갔어‘ 하고 툴툴대면서도 자신이 닿을 행선지를 찾아보고 있을 것만 같았다. 물론 그런 경우라면 12개의 도시보다는 다소 적은 곳을 다녔을 것이다.

 

 

떨림으로 시작한 호주의 시드니. 낯선 도시로 마음의 속삭임을 따라 그녀는 터벅터벅 걸어간다. 1월의 시드니를 시작해 12월의 아바나에 이르기까지 무려 1년간을 온전히 여행의 자유를 느끼며 즐긴다. 한 도시에서 한 달을 머무른다는 것은 과연 어떤 느낌일까? 그 도시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에게 익숙한 장소들을 다 찾아보고도 남을 시간이 아닌가. 그래서 그럴까 그녀의 여행에는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심지어 여행을 하면서 뭔가를 배우고 있다! 물론 스페인어와 탱고는 그녀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여유로움 가득한 여행은 그녀에게 또 다른 아이디어를 준다. 그것은 바로 소원 대행업! 그녀는 여행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 소통하며 누군가의 부탁이나 장난을 들어준다. 어쩌면 단조롭고, 무미건조하며 지루한 여행이 될 수도 있을 법했던 그녀의 여행은 이렇게 뜻하지 않은 참여자들?로 인해 즐거워지고 아주 풍성해진다. 혼자 떠났지만 혼자이지 않은 여행. 그녀의 여행은 이렇게 든든한 후원자들로 가득 차있고, 그들로 인해 돌발적이고도 뜻하지 않은 경험들을 하게 된다. 이 얼마나 여행스러운 일인가!

 

 

일 년이란 긴 시간동안 하게 되는 여행이라면 매순간 유쾌한 일들만 채워질 수는 없다. 때론 감내해야 하며 툴툴 털어버려야 할 순간들도 많다. 그녀에게도 그런 순간은 찾아봤다. 견딜 수 없는 짜증, 참을 수 없는 빡침은 그녀로 하여금 여행의 선로를 이탈하고 싶도록 만들었지만 끝끝내 참아낸다. 그 또한 긴 여행의 한 순간이며 여행하는 이가 느껴야 할 감정 중에 하나일 테니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은 그 어떤 여행책보다 강력하게 ‘떠나라, 얼른’하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책 같다. 부디 이 가을 다 가기 전에 나 역시 낯선 어딘가에 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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