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끌림, 다시 그 감동으로

끌림 - Travel Notes, 개정판
이병률 지음 / 달 / 2010년 7월

<끌림>이란 책을 받아 보는 순간 아주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대다수의 여행 산문이 여행지의 풍경이나 경치를 담은 사진을 표지에 내거는데 비해 <끌림>의 표지는 별다른 사진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하얀 지면 위에 작은 그림만이 있을 뿐이었다.  대체 어떤 여행기일까?’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리고 금지된 상자를 여는 판도라 손길처럼 조심스럽게 표지를 넘겼다.

새로운 '끌림'이 니오기 전에 나왔던 책에는 목차가 없었으나 이번에 새로 개정되면서 목차가 등장한 것 같다. 목차가 주눈 정보도 좋지만 그냥 무작정 아무곳이나 떠난 다는 느낌의 이전 책이 좀 좋았는데...독자들에게 훌륭한 여행이야깃꾼이 되려면 역시 차분하게 자신의 경험한 공간으로 한걸음 한걸은 이끄는 게 중요했으리라 어쨌든 이런 세부적인 요소 외에서 새책 끌림에는 새로운 사진 등등 개정판을 내기 위한 노력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책의 지면 하나를 가득 채우는 사진들이 무수히 많다는 점은 <끌림>이 더 큰 끌림으로 작용하는 요소가 된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일상의 모습과 거친 투박함 속에 건강함이 샘솟는 노동의 현장들. 저자가 사진에 담아 낸 풍경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의 삶이 더 이상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들도 그렇게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일을 하며 자신에 맞는 행복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당연하고 평범한 사실을 이처럼 새롭게 느끼는 건 여행이란 특수한 상황이 주는 오묘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멋진 사진에 곁들어져 있는 감수성 넘치는 글들은 ’역시 시인이구나!’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저자의 글은 딱딱한 사실의 나열이나 밑도 끝도 없는 감상의 열거 같은 관행이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대상으로부터의 끌림이 만들어낸 어휘들과 그것들을 조합한 문장을 만들다보니 어느덧 그의 글은 시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글들은 <끌림>이란 책에 담긴 사진의 정수와 여행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역할을 한다.

다시 쓴 한 여행쟁이의 10년여의 긴 여행이었지만 책 한 권에 그 모든 것을 담을 수 없기에 그의 여행은 아쉽게도 금방 끝에 닿아버렸다. 저자의 또 다른 여행기나 후속작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한결같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가 더없이 많은 아름다운 길을 보고 더없이 많은 끌림을 느낄 때까지 그 마음은 접어두도록 하자. 우리의 바람이 그의 끌림을 방해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