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트 - 인간의 행동 속에 숨겨진 법칙
앨버트 라슬로 바라바시 지음, 강병남.김명남 옮김 / 동아시아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인간의 행동에 담긴 미묘한 법칙에 관하여

 

 

인간의 행동은 과연 예측이 가능할까? 몇 시간 혹은 몇 일 뒤에 내가 하게 될 일들을 아는 게 정녕 가능한 일일까? 이 흥미로운 주제를 과학적, 역사적으로 접근한 책이 바로 버스트다. 책제목 버스트(BURSTS)는 ’파열. 폭발’이라는 뜻으로 책에서는 ’무작위성’과 반대되는 인간의 독특한 행동법칙을 의미한다. 무작위성이라는 것은 모든 일들이 그저 단순한 우연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렇기에 발생되는 모든 일은 측정불가능한 복잡성의 결과물에 불과하다는 생각이다. 언뜻 생각해봐도 이 말은 쉽게 수긍이 간다. 내일 혹은 일주일 뒤에 내가 하게 될 일은 말 그대로 그때 가봐야 아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좀 더 깊고 넓게 생각해보면 인간의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일들이 반드시 일관되게 무작위적이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에서는 간단한 주사위 실험으로 인간 행동의 무작위성이 깨지는 예를 보여준다. 400번의 주사위를 던졌음에도 불구하고 1억 번쯤 던져야 한 번 등장할 배열이 나온 것이다. 주사위를 던져 나온 수의 배열이 무작위적이라면, 그리고 단순한 확률에 의한 것이라면 그런 수의 배열은 나와서는 안되는 게 아닌가? 이런 실험 외에도 전혀 무작위적이지 않은 인간의 행동들은 종종 목격이 된다. 우리가 자주 쓰는 이메일에도 무작위성을 벗어난 행동들이 나타난다.

 

 

저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메일을 사용함에 있어서 이메일에 전혀 손대지 않는 오랜 잠복기가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폭발적으로 이메일을 날려 보낸다. 나 역시도 메일 송신 기록을 찾아본바 그런 패턴이 나타났다. 이는 인간 행동의 무작위성을 넘어서는 특별한 일이다. 비슷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전화 통화 패턴이나 웹브라우징 습관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다. 왜 사람들의 행동은 일관되게 무작위적이지 않고, 폭발성을 가지고 있을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어쩌면 이 책을 읽는 진정한 목적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중요한 용어가 하나 등장하는데 그것은 바로 ’멱함수’다.

 

어떤 일이 멱함수 법칙을 따르게 되면 다수의 작은 사건들이 소수의 큰 사건들과 함께 발생하게 된다. 이것을 인간의 행동과 결부시키면 소수의 큰 사건들이 바로 폭발성과 짝지어진다. 이는 사회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빌게이츠와 같이 엄청난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의 부자나 큰 피해를 낸 두 번의 세계대전(역시 소수)등이 바로 멱함수 법칙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인간의 세계에서 이처럼 무작위적이지 않고, 평균을 훌쩍 뛰어 넘는 데이터가 소수이긴 하지만 늘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폭발성은 또 하나의 중요한 과정으로부터 촉발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선순위설정작업은 인간의 행동을 효율적이고 안정되게 관리해주는 좋은 습관 중에 하나다. 중요도에 따라서 일에 순서를 부여하고, 그에 맞춰 일을 해결해나가는 방법은 중요한 일을 잊지 않고 가장 먼저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반면에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들은 기약 없이 늘어질 수도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사고 싶거나 읽고 싶은 책에 우선순위를 부여해 목록을 만들어 봤을 것이다. 목록의 맨 위에 있는 책들은 조만간 사거나 읽어보게 되지만 아래로 내려갈수록 자신과 만날 가능성은 0에 가까워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쨌든 목록의 최상위에 있는 것들엔 항상 주의가 가고, 신경이 쓰이며 결국 어떤 식으로든 내 목적에 따라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또 그에 맞춰 일을 처리하는 과정은 매우 효율적인 일처리 과정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일에 더욱 집중하고 몰입해서 중요도가 떨어지는 다른 일로의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푸아송은 그토록 많은 정리를 남겼고, 아이비 리라는 사람은 조언 한마디로 횡재를 거두었다. 결국 폭발성은 우선순위 설정을 통한 에너지 집중 과정에서 생기는 특별하면서도 어떤 원인이 있는 하나의 결과물이라고 조심스럽게 정리해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제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차례다. 인간의 행동은 과연 예측이 가능한 것인가?

 

무작위적이지 않고 폭발성을 가진 인간의 행동들과 그것을 가능케 했던 우선순위의 설정은 인간 행동의 보편적인 특성을 알아보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또한 그것은 상대적이기도 해서 모든 인간의 행동 특성을 정확히 예측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보편적인 특성을 가지는 행동과 더불어 여러 요인들이 인간의 행동을 전보다 더 예측가능하게 해주고는 있다. 곳곳에 설치된 CCTV며 사용하면 항상 기록이 남는 이메일과 휴대폰은 나의 과거의 행적을 통해 미래를 알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이 역시 시간 단위의 많은 정보가 아니면 미래의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하나의 예측도구로써 사용될 수는 있다.

 

의문에 대한 답이 인간은 행동은 예측 가능할 수도 있다는 다소 미지근한 결론이 되었지만 어쨌든 우리사회가 지닌 예측력은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러 가지 분석적 기법이나 연구 그리고 각종 사회적 시설망을 통해 인간의 미래를 뒤덮고 있는 베일을 조금씩 벗기고 있는 것이다. 이 작업 역시 인간 행동의 폭발성에 의해 어느 날 갑자기 큰 성과를 보일 수도 있다. 책의 절반이나 할애되었던 죄르지 세케이와 텔레그디가 살았던 과거의 역사는 단순히 지나버린 세월이 아니었다. 당시의 역사를 통해 오늘을 조명했던 것처럼 오늘의 역사 역시 미래의 어느 날과 비교돼서 더 먼 미래를 향한 예측의 한 걸음이 되어 줄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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