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예술로 버무리다 - 요리에서 예술의 감동을 경험하다 예술과 생활 3
쉬레이 지음, 정유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음식과 예술, 그 오묘한 어울림

<맛, 예술로 버무리다>는 [예술과 생활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회화나 영화 속에 담긴 음식을 통해 당대의 문화예술을 살피는 책이다. 책을 두루 통하는 주제가 ’맛’인 만큼 이 책은 수집한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시대의 맛을 조심스레 탐구해보거나 어느 특별한 요리가 가지는 상징성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다만, 맛과 요리를 다루는 책치고는 조금 지루한 면이 있었다. 게다가 책의 시작부터 작가의 조국이기도 중국의 회화를 통해 맛에 관한 이야기를 펼쳐놓아 묘한 이질감으로 책을 읽기가 불편했다. 분명 책의 내용에는 상당히 익숙한 부분도 많았지만 구성상의 부조화로 인해 책을 읽는 ’맛’이 좀 덜했다.

그래도 책에는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과일과 꽃으로 장식된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이 작가의 그림은 꽤 여러 번 스치듯 봤기에 눈에 확 띄었지만 정작 작가에 대해서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언뜻 그림에서도 재기발랄함과 끼가 느껴지는 그의 그림, 과연 그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음식그림’을 그렸던 걸까?

책의 설명을 보면 그는 그저 끼만 가지고 있었던 작가는 아닌 듯하다. 주세페 아르침볼도는 과일과 꽃으로 장식된 초상화를 통해 당시 막시밀리안 2세의 통치 아래 있던 합스부르크 왕조의 태평성대를 은유적으로 찬양하고 있었다. 정교하고 화려한 묘사가 아닌 재치 있는 표현을 통해 그는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과일의 여왕이라 할 수 있는 사과는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 소재로 사랑받았다. 세잔, 마그리트, 마젤 등등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과를 작품에 담았으며 그 누구도 맛보지 않았고, 그 누구에게서도 창조되지 않았던 그들만의 ’사과’를 만들어냈다. 위험하고도 불온한 과일로도 여겨졌던 사과, 어쩌면 지금의 애플社의 시과도 예술의 일부는 아닐지.

이후 <맛, 예술로 버무리다>는 영화에서의 음식과 문화 그리고 예술적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여기서 맛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매개로서의 역할이 두드러지는데 가령 영화 음식남녀의 경우 화려한 주연은 가족의 사랑을,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에서는 사람을 매혹시키는 매개물질로 활용된다.

이는 음식을 먹는 것이 단순히 사람의 생리욕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소통하고 교감하는 일종의 사회화 도구로써 작용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어쩌면 진정한 음식의 힘이란 영화 초콜릿에서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벽을 허무는 소통은 마력은 마닐까? 어쨌든 음식은 개인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중요한 게 분명하다.

영화 속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낸 뒤 책은 다시 회화와 예술작품 속 음식 이야기로 넘어간다. 음식에 얽힌 이야기는 분명하나 생소하면서도 난해한 작품들이 쭉 이어지며 등장하는 가운데 결국 그 음식들을 담는 그릇과 음식의 다양한 색에 관한 내용까지 다루며 음식과 예술의 오묘한 만남을 정리한다.

음식과 예술의 만남, 분명 신선하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는 주제였다. 하지만 음식을 소재로 삼은 예술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의 정보가 있었더라면 이 책은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중국의 예술에 할애한 부분이 좀 더 덜했더라면 좀 더 몰입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래도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은 인문교양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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