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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제국 가야 - 잊혀진 왕국 가야의 실체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조선과 비슷한 500여년 역사를 가진 가야. 하지만 그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가야의 역사는 아주 미미한 정도다. 왜 가야의 역사는 그토록 가려져 있는 걸까?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체제만을 강조했던 일제의 잔재 때문일까? 아니면 단순히 전해지는 내용자체가 적어서일까?
한켠에서는 일제의 의도적인 역사왜곡의 일환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의 3국만 부각시킨 채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야사를 축소시켰다는 설도 있지만 그보단 고대사에 관한 중요한 문헌이라고 할 수 있는 삼국유사나 삼국사기의 제목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용을 떠나서 일단 제목에 있는 ‘삼국’만이 사람들에게 강하게 인식된 것 일수도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가야는 삼국의 그늘에 가려질 만큼 미약한 국가가 아니었다. 이 책에서도 나오지만 삼국사기를 보면 가야에 관한 부분이 결코 적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가야의 초기 역사는 신라를 실질적인 지배에 둘 정도로 강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가야가 신라에 의해 멸망하게 되고, 또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게 되면서 한때 신라의 어두운 과거사였던? 가야의 역사는 은폐 혹은 축소된 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철의 제국 가야>는 한반도에 가야라는 나라가 형성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다루는 것부터 시작한다. 토착 세력과 유입세력들 그리고 유입세력들의 간의 경쟁 등 초기 가야가 형성되기까지 그 주축을 이루었던 세력에 관해서 면밀히 검토한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학자들의 각종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너무 긴 나머지 지루하고 다소 복잡한 감이 있었다.
가야의 초기 형성과정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인지 500년 가야사의 몸통에 해당하는 부분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6가야가 어떻게 성장했고, 각기 어떤 왕들에 의해 통치되었으며 문화나 경제적으로 어떠했는지 등은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책은 이런 부분을 훌쩍 뛰어 넘은 뒤 가야의 쇠퇴 과정을 다룬다.
제목에 사용된 ‘철의 제국’이란 말 역시 실망감을 안겨준다. 가야를 수식하는 말로 곧잘 사용되는 철의 제국이란 말이 이 책에서까지 단순한 수식어로 전락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철기문명을 바탕으로’라는 소제목으로 217p부터 9쪽 가량 다뤄지는 이 부분이 분량도 분량이지만 그다지 새로울 게 없었다. 제목으로 그 표현을 사용한 만큼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가야 전반에 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엔 이 책은 많이 부족해 보인다. 다만 지금 방영되고 있는 가야에 관한 드라마와 맥을 같이 해서 가야라는 나라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그 초기과정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읽어봐도 좋을 것이다. 더불어 다시금 조명되고 있는 가야의 역사가 다양한 포맷으로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희망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