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한낮의 대혼란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심의 한복판. 이곳은 늘 분주하지만 오가는 사람들은 서로를 전혀 의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서로의 일상이 수없이 교차되긴 해도 서로에게 그 어떤 영향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삭막한 공간에 '사건'이 끼어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갑자기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모이게 되고, 분주한 발걸음도 잠시 멎게 된다. 그렇다면 바쁘기만 한 도시민의 관심을 끌만한 사건은 무엇이 있을까? 온 국민이 열광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커다란 스포츠 행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자살소동이나 테러 같은 끔찍한 범죄도 빼놓을 수 없다. 소설 <도미노>는 한낮의 정적을 깨는 그런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도미노처럼 걷잡을 수 없이 파생되는 일련의 사건들은 잔잔하기만 한 도시의 일상을 깨우는 엄청나면서도 흥미진진한 일로 번진다.
<도미노>는 이전과는 다른 온다 리쿠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소설에는 딱히 정해진 주인공 없이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평범한 인물들이 수평배치 되어있다. 보험회사 직원들이나 오디션 참가 학생, 피자배달부처럼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이야기에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소설의 이야기는 시점을 달리해서 계속 교차하며 진행된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동시간대에 벌어지고 있는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다소 혼란스럽기도 한 진행방식이지만 중반부로 넘어가면 대충 인물의 윤곽이 잡혀 굳이 책 맨 앞에 있는 인물 설명에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여러 인물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이야기의 교차점이 생기게 된다. 뜻밖에 발생한 사건과 사고가 도시인들을 연결해 주는 가교가 된 것이다.
우중충한 날씨가 도시의 하늘을 장식한 '그날'의 도심은 평소보다 훨씬 복잡해 보였다. 보험회사 직원들은 막바지 업무로 여념이 없었으며, 한 오디션 장에도 엄마와 아이들이 흐린 날씨 속에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또한 복잡하기로 유명한 역 주변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노신사가 길을 헤매고 있었고, 어떤 남자는 또 다른 이유로 그곳을 배회하며 서성이고 있었다. 그리고 한 카페에는 여러모로 미심쩍어 보이는 한 여인과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이는 한 무리의 학생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때마침 그곳의 호텔에는 유명한 영화감독이 머물고 있었다.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이들은 곧 비슷한 어떤 물건에 의해 엮이게 되고,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사건에 의해 이들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과연 한낮의 도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소설의 핵심은 무엇보다도 뒤바뀐 물건과 그 물건이 돌고 돌며 벌어지는 해프닝에 있다. 물건이 계속해서 바뀌다보니 우연을 남발해 너무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그래도 내용이 극단적으로 허무맹랑하지는 않았다. 더욱이 그런 우연한 일을 그럴싸하게 느끼도록 하는 소설 속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일과가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서 때 아닌 '한낮의 추격전'을 꽤 흥미진진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 번 넘어가면 연이어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누군가의 실수, 누군가의 일탈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평소와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적잖이 공감이 갔다. 도시는 그만큼 좁고,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은 것이다! 이 글을 쓰는 것 역시도 넓은 의미의 도미노는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