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역사 - 교양으로 읽는 시장과 상인의 변천사
박은숙 지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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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에 따른 우리 시장의 변천사

어느 때이건 그 시대 삶의 모습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곳은 바로 시장이다. 인간의 모든 욕구가 모여든 용광로이자 수시로 삶의 희로애락이 뒤바뀌는 장소 시장. 이 공간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장소라고 생각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고 변화무쌍했던 그 시장의 역사를 한국사라는 틀로 걸러내 조명한 이 책 <시장의 역사>는 시장의 변천과정을 통해 우리역사, 좀 더 구체적으로는 조선의 역사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고단하지만 생명력 넘치는 이 시장이란 공간은 서민들의 애환이 녹아 있는 가장 일상적인 장소였다. 그 시대 시장은 단지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에 한정되지 않았다. 나라의 다양한 소식이 유통되고, 극악무도한 범죄자의 처형을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시장이 사람들의 소통의 공간이 되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문이나 뉴스가 없던 그 시절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며 이런저런 소식을 주고받았던 시장은 그 공간 자체에서 수많은 정보가 모이고 또 널리 퍼졌다. 상품과 정보, 과거의 시장은 그렇게 두 가지가 한꺼번에 유통되는 아주 중요한 장소였던 것이다.  

 

시장을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의 공간으로 한정하면 조선시대는 그 변화의 굴곡이 무척이나 도드라졌다. 상인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조선 초는 시전상인들을 중심으로 한 상거래가 일반적이었다. 상업은 농업보다 못한 일이라고 멸시를 받았지만 그래도 그들이 있어 경제가 활성화되었고, 국가재정에 보탬이 됐으며 명나라와의 원만한 관계도 보전할 수 있었다. 양 난 후 국토는 황폐해졌으며 이로 인해 상인들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라가 앞장서 상인들을 불러 모으고 상거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 조금씩 시장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과 더불어 상인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나아져 조선 후기 상(공)업은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고, 그들의 성장은 사회 전반에 걸쳐 근대로의 변화를 요구하게 된다. 하지만 쇄국정책과 열강의 잇따른 침략으로 그런 요구에 부응하기도 전에 외국의 자본과 겨루게 되었고, 그 속에서 숱한 상인들이 좌절을 맛봤다. 하지만 상인들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전에 없던 생각과 끈끈한 연대를 통해 근대적 상업회사를 만들고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틀이 어느정도 유지된 채로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다.  

 

<시장의 역사>는 시장이 걸어온 방대한 역사와 변화의 모습을 생생하게 다루면서 시장이라는 공간을 초점을 역사를 되짚어본다. 시장에서 유통되었던 주요 물품은 무엇이었으며, 그 값은 어떠했고,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는지, 상권을 유지하거나 얻기 위해 다툼을 벌였던 이들은 누구였는지, 도고상인들이 성장한 배경은 무엇현이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게 되었는지 등등 구체적인 시장의 역사를 자세히 전한다.    

 

시장의 역사라는 이름으로 시장의 변천과정과 흥망성쇠를 한 권의 책으로 담은 <시장의 역사>는 단지 시장의 역사를 살피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 책으로 생각된다. 우리네 인생과 더불어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시장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삶에서 차지하는 시장의 비중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사람과 사람의 만남의 장이었던 그 공간이 이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로 변모해버린 세태에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변화를 거듭했던 시장의 역사를 보건대 삭막해져가는 요즘 시장의 모습도 어떤 흐름과 계기에 의해 사람냄새가 물씬 풍기는 과거의 공간처럼 변모할지도 모른다.  

 

물론 그 미래의 시장은 과거의 시장처럼 두 가지가 한꺼번에 유통되는 시장이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상품과 정(情)이다. 원하는 상품을 타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얻는 다는 생각이 확산되면 시장을 또 다른 모습,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게 할 유일한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를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건 물론이다. 그래서 미래시장의 모습은 지금의 재래시장과 대형마트가 가진 장점이 두루 섞인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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