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를 뒤바꾼 위대한 생각들 - 유가에서 실학, 사회주의까지 지식의 거장들은 세계를 어떻게 설계했을까?
황광우 지음 / 비아북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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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를 설계한 위대한 생각들

시대적인 요구로 인한 생각의 변화는 인류의 역사를 바꾼 커다란 줄기라 할 수 있다. 지배층에 억압을 받으며 살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들고 일어나 자유를 외친 것도, 탁상공론을 질책하며 실사구시를 강조하던 것도, 모두 시대가 변했다는 걸 몸소 느낀 자들의 새롭고도 위대한 생각 때문이었다. 시대가 변하는 시점에는 항상 묵은 시절의 병폐가 극에 달해 있었다. 가진 자들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부유했지만 그 사실을 쉽게 망각했고, 없는 자들은 더 이상 안 좋아질 수 없었기에 목숨을 건 투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었다.

밑에서부터 달아오른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실로 막강했다. 그들은 목숨을 아끼지 않았으며, 뒤돌아볼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유럽 각 국에서 벌어진 불같은 혁명과 우리의 동학 농민 운동이 바로 그런 거대한 물결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부패하고 타락한 왕족과 귀족들을 끌어내리며 그들이 외쳤던 것, 악질 탐관오리를 숙청하며 그들이 얻고자 했던 것, 그것은 인간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자유와 존엄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은 혁명에 성공해 새로운 생각들이 커가는 사회로 진입한 반면 우리는 무력에 의해 생각의 싹이 짓밟혀버렸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생각들>은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생각들이 주류의 이념으로 남거나 아니면 우리의 경우처럼 어떤 외압에 의해 뿌리 뽑혔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웠던 건 유가와 법가 사상이 중국의 주류 사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었다. 겉으론 유화적인 유가의 왕도정치, 예의정치를 표방하는 척하면서 실제 통치는 냉혹하고 잔인한 법으로써 백성들을 다스렸다는 것이다. 반면에 춘추전국 시대에 난립하던 다른 사상들은 현실정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해 쓰이지 못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하나 새로 알게 된 점은 절대왕정의 중상주의 정책이 부른 ’세계의 재편’이었다. "중상주의는 국민국가를 형성시키는 정책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 사이에는 ’영국의 경제’, ’프랑스의 경제’라는 생각이 굳어졌고, 프랑스나 영국이라는 한 나라를 중심으로 한 전국 단위의 경제생활이 보편화되었다. 이는 중세에 없었던 일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때부터 그동안 보편적으로 쓰이던 라틴어를 사용하지 않고 각국의 언어로 된 책이 출판되었다. 게다가 종교까지도 분파가 생겨 사람들은 자신의 각기 개별적인 종파를 갖게 되었다.

위의 모습은 국가나 국민 혹은 민족을 의미하는 ’네이션’이란 단어가 생겨난 과정이자 새로운 생각이 세계를 재편하게 한 예이다. 세상을 지배했던 과거의 주된 생각이 약해지자 금세 새로운 생각이 그 자릴 대신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생각을 위대한 생각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는 인간의 보편적인 권익과 실용정신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계급주의를 타파한 자유주의와 절대권위를 무너뜨린 민주주의는 위대한 생각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과연 또 어떤 위대한 생각이 인류의 역사를 바꿀지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역사가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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