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리뷰해주세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 - 21세기 노예제, 그 현장을 가다
E. 벤저민 스키너 지음, 유강은 옮김 / 난장이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노예제, 그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갇힌 사람들

최근 나는 노예라는 단어를 역사책이 아닌 TV 뉴스에서 접하게 되어 적잖이 놀랐다. 그 일이 다른 나라도 아닌 바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다는 사실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노예 취급을 당하며 학대받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시대가 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악마성을 확인하게 되었고,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할 길 없는 '그들의' 잃어버린 시간이 한없이 안쓰러웠다. 표적이 되어 노예가 되었던 이들은 어린아이, 노인, 지체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었고, 이들은 그 어떤 보상이나 처우 없이 굴욕적인 대우를 받으며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그들이 끔찍한 생활을 하며 버텨야 했을 하루하루를 생각하면 정말 치가 떨릴 정도다.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암암리에 존재하는 노예제, 하지만 우리나라 밖으로 눈을 돌려보면 그 실태는 더 심각하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세계 곳곳에 만연해 있는 노예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파헤친다. 이 책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등 대륙을 넘나들며 노예제의 참혹한 현장 속으로 독자들을 안내하며 누가 노예가 되어 어떤 인생을 살게 되는지 아주 생생하게 전한다. 가난과 전쟁, 범죄, 계급의식이 만연해 있는 곳에는 항상 노예들이 존재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다고 생각한 부모들은 협잡꾼의 농간에 속아 아이를 넘기고, 그 아이는 본인의 뜻과는 상관없이 노예가 되고 만다. 더욱이 이런 관계는 어린 여아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고, 그 아이들의 대부분은 성노예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의 초등학생 정도쯤 되는 여아가 가난을 이유로 별다른 제재 없이 너무나 쉽게 '성노예'가 되는 것이다.

한편 전쟁으로 사회가 뒤숭숭한 곳에도 노예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노예는 다른 노예들과는 달리 손에 걸레나 빗자루가 아닌 총을 들어야 한다. 수년간 지속된 내전은 이렇다 할 성과도 없이 사상자만 늘렸고, 거기서 부족해진 군병을 채우기 위해 어린 소년을 대상으로 한 납치가 자행된다. 총을 드는 것조차 버거워 보이는 아이는 이유도 모른 채 누군가를 향해 총을 쏘아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된다. 납치로 인해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는 이 뿐만이 아니다. [테이큰]이란 영화를 봤다면 이 경우가 어떤 종류의 노예를 의미하는지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매춘을 목적으로 한 여성들의 '인신매매'는 흉악한 범죄조직이 개입돼 있는 끔찍한 사건이다. 일단 납치가 이루어지면 계속적인 마약 투여로 몸이 만신창이가 돼버리기 때문에 자력으로 벗어날 방법이 없다. 이제 내 몸은 더 이상 내 몸이 아닌 것이다.

21세기에도 여전한 노예의 현장을 지켜보는 일은 정말 끔찍했다.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한 그들의 삶은 도저히 한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특히 뿌리 깊은 계급의식이 남아 있고, 노예에 대한 가혹한 착취가 벌어지고 있는 인도는 정말 최악의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곳이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얻은 노예 딱지를 운명인 냥 받아들이는 그들은 모습은 화가 날 만큼 답답했지만 굳어버린 사회 시스템 안에서 가장 힘없는 부류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과연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니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노예제는 분명 근절돼야 하는 반인륜적 범죄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이유는 이것을 남의 문제라 치부해 관심을 두지 않거나 고묘하게 자신의 사악한 탐욕을 채우기 위해 이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인간에게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서 이제라도 노예제의 포악한 사슬을 끊기 위한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