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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교과서 ㅣ 야구 교과서 시리즈
잭 햄플 지음, 문은실 옮김 / 보누스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한 권의 책에 담긴 야구의 모든 것
북경 올림픽과 WBC는 야구의 진가와 묘미를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킨 특별한 대회였다. 매 경기마다 팽팽한 접전과 드라마틱한 역전이 반복되었고, 그 때마다 하나로 똘똘 뭉친 우리 대표팀은 TV 앞에 모인 고국의 모든 팬들에게 짜릿한 승리의 쾌감을 선물했다. 특히 맞수인 일본을 상대할 때에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했다. 공의 움직임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고, 공격이든 수비든 항상 손에 땀을 쥐었다. 투수가 던지는, 그리고 타자가 친 공 하나도 뚫어져라 쳐다보게 만들었던, 그 긴장감 넘치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야구는 그 어떤 스포츠보다 흐름이 요동치는 경기다. 그래서 찾아온 좋은 찬스를 날려버리면 감수해야 할 위험은 커진다. 제 2회 WBC 결승전, 정규 마지막 이닝에 한국팀이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연장전으로 접어든 다음 회에 날려버린 기회는 그대로 위기가 되어 찾아왔다. 결국 위기를 넘기지 못한 한국팀은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위기 다음에 기회, 기회 다음에 위기란 표현은 야구에서 즐겨 쓰이는 표현이다. 물론 매번 맞는 말은 아니지만 앞의 경우처럼 딱딱 들어맞는 경우도 많다.
<야구 교과서>는 야구를 더욱 재밌게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좋은 양념이 되는 괜찮은 책이다. 투수가 던지는 공의 구질부터 공격, 수비, 야구기록에 이르기까지 제목처럼 정말 교과서적인 내용이 실려 있다. 다행히도 이 책은 교과서라는 단어가 주는 딱딱함과는 달리 상당히 재치 있고, 재밌는 표현으로 야구의 전반적인 내용을 설명한다. 객관적인 내용에 주관적인 살을 붙여 표현하고, 상황에 맞는 적당한 예를 들며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책에 나오는 거의 모든 표현은 조금이라도 독자의 상상력을 부추기게끔 되어있다.
이 책을 읽으면 적어도 한 번은 야구장의 전경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주자를 의식하며 포수와 사인을 주고받는 투수, 타자에 맞는 수비 위치 신호하는 수비팀 벤치, 호시탐탐 다음 루를 노리는 주자, 어쨌거나 자신에게 온 찬스를 살리고자 투수와 수 싸움하는 타자 등등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만 담긴 TV화면을 벗어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그라운드 곳곳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투수가 마침내 공을 던지고 타자가 그 공을 받아 치는 순간 수비수는 본능적으로 그리고 타자와 주자는 타구에 맞게 움직인다. 여기서 만약 공격하는 팀을 응원한다면 그 타구가 적어도 병살로 이어지지 않길 바랄 것이다.
2007년 6월 13일은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는 날이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야수 단독 트리플플레이’가 나온 날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수비수가 3 아웃을 시키는 이 경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열 번 남짓 나왔을 정도로 아주 보기 드문 기록이다. 이처럼 야구는 승부 외적으로도 즐길 거리가 상당히 많은 매력적인 스포츠다.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양준혁 선수가 우리나라 통산최다홈런을 갈아치우는 기록이 나왔다. 변화무쌍한 승부의 흐름, 한 방에 바뀌는 승리의 명암, 진귀한 장면, 쌓일수록 더 소중한 기록, 이 모두가 바로 야구를 빛내는, 오로지 야구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야구장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