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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이후의 세계 - 다극화인가, 미국의 부활인가
하마다 가즈유키 지음, 김정환 옮김 / 미들하우스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전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 무엇이 문제였나?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의 한파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 규모와 파급력이 워낙 큰 것도 있겠지만 이 기막힌 사건의 뿌리가 어딘지 좀처럼 찾기가 어렵기에 그 기운이 쉽사리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 위기의 본거지인 미국은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고, 경제위기의 여파로 존폐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회생을 결정하거나 대량의 공적자금을 투여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지금의 이 위기는 미국의 어처구니없는 서브프라임 대출 제도, 투기세력의 이상 과열, 금융당국의 수수방관 등이 주, 조연을 나눠 맡으며 '세계경제위기'라는 희대의 드라마를 완성한 것이고 할 수 있다. 돈이 돈을 낳는 다는 믿음, 시장에는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오만이 이 엄청난 사건을 불러온 것이다. 세계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진 오늘 날, 미국에서 시작된 이 위기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나라 역시 여전히 그 영향권 아래에 있고, 성장률 감소와 실업 등 여러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상황이다.
우리를 수렁에 빠뜨린 게 바로 미국이지만 정작 지금 미국과 미국 기업이 취하는 자세나 행동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다. 미국의 경제 위기로 우리나라에 투자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우리나라의 국가 성장률이 하락할 기미가 보이자 미국의 신용평가 기관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낮추는 선택을 했다. 반면에 지금 엄청난 위기에 직면해 있는 미국의 신용등급은 아직도 최고평점을 유지하고 있다. 자국의 안위에만 여념이 없는 그들. 위기를 극복돼야 하겠지만 종래의 불합리한 일들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마땅하다.
<대공황 이후의 세계>는 미국이 초래한 위기와 그 위기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던 미국의 행보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저자의 고국인 일본이 이런 대위기를 양산한 미국에 상당부분 일조했고, 따라서 그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우며 앞으로의 대응자세가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즉, 일본의 선택에 따라 위기는 더 커질 수도 있으며 경제위기와는 별로도 미국과 일본의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무조건적인 미국지원사격'은 이제 재고할 때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자금융통과 금융공학을 앞세워 요령껏 돈을 움직여서 두둑이 배를 채웠던 월가의 신화는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비생산적인 부문에만 엄청나게 모여든 돈들은 거품이 꺼지자 모두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이 일로 많은 사람들이 손해를 입었으며 직장을 잃어야 했다. 하지만 그 피해를 온몸으로 떠안은 이들의 대부분은 평범한 시민들이다. 가뜩이나 생활고에 시달리던 차에 경제위기까지 더해졌으니 그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온전히 시장 논리에만 맡겨두었던 경제논리는 이제 힘을 잃었다. 사람들의 고통과 분노로 그것을 증명했으니 말이다. 이후의 세계는 어떤 경제 시스템으로 움직이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