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게타카 1
마야마 진 지음, 이윤정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진실과 복수를 향한 검독수리의 날개짓

사회라는 거대밀림 속에서 각자가 가지는 이해관계로 인해 아귀다툼을 벌이며 치열한 머리싸움을 펼치는 엘리트들의 총성 없는 전쟁을 다룬 소설 <하게타카>는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는 기업의 냉혹한 현실이 담긴 흥미로운 소설이다. 기업소설이라는 범주 안에 있기에 여러모로 이미 읽었던 <그린메일>이라는 소설과 비교되는 이 소설은 생존과 도태의 기로에 놓인 기업의 암울한 현실을 그리며 결국 도산의 버튼을 누르는 무능한 경영진과 이들을 부추긴 방만한 은행, 그리고 이들을 제어하지 못한 한심한 금융당국이 콘돌 혹은 검독수리로 불리는 벌처펀드에게 호되게 당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한다. 먹잇감을 향해 쾌속질주를 하는 벌처펀드 앞에 부채의 늪에 빠진 기업들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도산과 폐업 직전에까지 몰린 기업들의 대부분은 경영자의 무능과 무리한 사업 확장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결국 대출해줄 때와는 전혀 다른 얼굴로 부채상환을 요구하는 은행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무력하게 벌처펀드들의 손쉬운 먹이가 된다. 소설은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는 벌처펀드의 용의주도한 행보를 묘사하며 그들의 치밀한 전략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망하는 기업을 헐값에 사들여 많은 차익을 남긴 뒤 되파는 그들의 약삭빠른 행동이 오로지 그 결과만을 따져 지탄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인공 와시즈의 입을 빌어 말한다. 단기차익을 노리는 펀드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진정 기업의 회생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와이즈는 재즈피아니스트였지만 상당한 수완을 자랑하는 기업사냥꾼이기도 했다. 그는 거품 붕괴 후 침체된 고국 일본으로 돌아와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 도탄에 빠진 기업들을 차례로 인수하며 공력을 쌓아간다. 그는 단순히 매매차익을 노리고 덤비는 벌처펀드의 하수인들과는 달리 자신만의 원칙과 계획으로 인수한 기업의 회생을 도우며 수익과 더불어 해당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전념한다. 당연하게도 와이즈가 벌이는 일에는 상당한 걸림돌이 등장한다. 적대적 M&A를 하는 펀드나 경쟁구도에 있는 벌처펀드 그리고 무엇보다도 외자계 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발로 일관하는 여론과 타락한 경영진의 꼼수가 그를 방해한다. 하지만 원칙과 치밀한 전략을 바탕으로 한 그의 계획에 이들 모두는 두 손을 들게 된다.

허약한 기업을 인수해 체질개선을 시키는 와이즈의 행보는 닛코라는 곳에서의 획기적인 사업구상으로까지 이어지지만 와이즈의 계획이 가진 맹점을 지적하며 사업추진의 무모함을 외치는 호텔 여사장 다카코에 의해 그는 자신의 사업추진 계획을 철회한다. 동료들의 질타에도 불구하고 계획의 백지화를 선언한 와이즈는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동료들 몰래 진행시켰던 ’그 일’에 전념한다. 자신에게 정의를 일깨워준 사람과 관련된 ’그 일’. 마침내 와이즈는 ’그 일’과 관련된 모든 실타래를 풀어냄과 동시에 숙원 했던 자신의 진짜 계획에 마침표를 찍는다.

와이즈라는 유능하고 확고한 철학을 가진 이가 펼치는 생동감 있는 기업소설 <하게타카>는 존폐 위기에서 허우적대는 기업과 이를 노리는 벌처펀드의 불꽃 튀기는 대결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기업과 은행 그리고 투자회사 등 기업소설 특유의 전문적인 내용을 담은 이야기들은 좀처럼 맛보기 힘든 지적인 만족과 즐거움을 선사한다. 여기에 더해 와이즈를 둘러싼 미궁 같은 또 하나의 이야기는 반전의 묘미와 외줄타기의 아슬아슬함이 느껴지는 놓치기 아까운 재미를 주기도 한다. 사회, 경제와 관련된 지극히 현실적인 내용과 함께 극적인 요소도 갖추고 있는 <하게타카>는 경제전반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지금 우리 현실에 거울이 될 만한 좋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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