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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젠테이션 설득의 기술 - 끊임없는 노력이 설득의 달인을 만든다
테리 L. 쇼딘 지음, 어윤금 옮김 / 아인북스 / 2008년 9월
평점 :
설득의 달인을 향하여
학교 수업 중에서 유일하게 발표 위주로 진행되는 과목이 있었다. 조원은 총 4명 이하여야 하고 각 조마다 각기 다른 주제를 가지고 조원 모두가 자료수집에서 발표까지 참여해야 하는 조금은 까다로운 수업이었다. 발표하는 걸 무척이나 싫어하던 내게는 정말 악몽과 같은 과목이었다. 그 수업은 '전필'과목이었기에 빠져나갈 구멍은 없었고 오로지 철저한 준비, 그것만이 살길이었다. 완벽한 발표가 아닌 망신만 피해보자는 심정으로 정말 많은 시간을 발표준비에 할애했다. 그 학기에 수강하던 다른 과목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오로지 내 머릿속에는 내가 맡은 주제와 그것에 대한 발표 준비뿐이었다. 조교에게 찾아가 자문을 구하는 건 물론 온 도서관을 뒤져가며 준비에 열을 올렸고, 이런저런 질문들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대비책도 세워두었다.
드디어 발표하는 날. 완벽하게 준비했음에도 발표하는 순간 떨리는 마음만은 어쩌지 못했다. 떨림으로 부정확해진 발음은 구석에서 묵묵히 참관하시던 교수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고, 덩달아 작은 실수 몇 가지가 겹치자 교수님의 가공할만한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당연히 나는 한 가지도 대답하지 못했고 멍한 표정의 홍당무 석고상이 되었다.
그 날의 악몽과도 같은 발표는 나에게 희망보다는 절망을 안겨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더욱 더 발표를 꺼리게 되었고, 소규모 그룹의 가벼운 발표마저도 부담스럽게 느꼈다. 난로에 덴 후 아무리 추워도 절대 난로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그렇게 나는 정면승부 보다는 피하는 승부로 응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모든 생활은 크고 작은 발표 즉, 프리젠테이션을 하게끔 되어있다. 유형의 상품에서 무형의 가치, 투자, 채용에 이르기까지 프레젠테이션은 언어 못지않게 필요한 '도구'가 되었다.
<프레젠테이션 설득의 기술>은 나에게 전환점을 마련해줄 책으로 기대하며 읽었다. 악몽은 떨쳐버리고 더 나은 모습의 나를 만들기 위해 완벽한 프리젠테이션을 위한 기술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정독했다. 일단 풍부한 사례와 체계적이고 실용적인 프리젠테이션 구성안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다만 이 책이 뭔가를 파는 목적의 세일즈에 좀 더 유리하게 만들어진 책이라 단순히 프리젠테이션 그 자체를 원하는 내게 좀 이질감이 있었지만 저자의 말대로 '팔아야 한다는 것' 자체를 광범위하게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하게 느낄 필요는 없다고 위안했다.
<프레젠테이션 설득의 기술>에서는 무엇보다도 타인과 잠재고객을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제보제공을 위한 장황한 설명은 일종의 낭비이며 결국 목적달성에 실패하는 요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또한 상황에 맞는 시간배정과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시의적절한 자료사용 등은 프리젠테이션에 있어서 많이 이들이 실수를 범하는 부분이며 이를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내용전달에 어울리는 목소리, 표현력을 배가시키는 손짓, 상황에 맞는 옷차림도 청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였다.
악몽이 되었던 그날의 발표는 <프레젠테이션 설득의 기술>을 읽고 난 지금 철저히 해부되어 부족한 부분들을 조목조목 따져볼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거의 다가 부족한 부분이었지만 적어도 발표준비에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점만은 높이 살만 했다. 이제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진정으로 나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그것을 고치기 위해 또 어떻게 해야 하는 지도 자세히 배우게 되었다. 끊임없는 노력이 설득의 달인을 만든다는 이 책의 부제처럼 나 역시도 끊임없는 노력만이 의연한 마음으로 강단 위에 우뚝 서게 만드는 거라고 굳게 믿는다.